2002년 일본에서 발간된 다케모토 노바라의 소설 ‘시모츠마 이야기’는 치렁치렁한 레이스가 달린 소위 롤리타 의상을 즐겨 입으며 늘 소녀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일본 10대 소녀들의 ‘걸리’(girly) 취향에 대한 문화적 해석으로 화제가 됐다. 이 소설을 CF감독 출신인 나카지마 테츠야가 ‘불량소녀 모모코’로 영화화했다.
현실감 없는 캐릭터와 만화 같은 황당한 전개의 소수 취향 영화인데도 지난 해 일본에서 의외로 크게 성공했다. 일본처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도 어린애 같은 취향을 보이는 키덜트 족이 나타나고 있는 터여서, 이 영화에 대한 젊은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주목된다.
영화는, 일본에 실재하는 롤리타 의상 브랜드 ‘베이비 더 스타 샤인 브라이트’의 드레스만 입고, 늘 달콤하고 예쁜 케이크와 과자만 먹으며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살고 있는 모모코가 특공복만 입고 다니는 동네 양아치 이츠코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대책 없이 낙천적인 인물들에 깔깔 웃다 보면 어느새 행복의 의미에 대해 사뭇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로코코 시대로 돌아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우아하게 살고 싶은 꿈을 지녔지만 모모코의 주변은 짝퉁과 양아치로 가득하다.
태어날 때부터 츄리닝을 입기 시작해 츄리닝을 입은 채 세상을 하직하는, 도무지 고급 취향과 무관한 시골 동네 시모츠마에서 ‘베르사치’라는 짝퉁 명품 브랜드를 파는 아빠와 살면서도 모모코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딴 남자와 바람이 난 엄마를 보고도 “그 사람에게 사랑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요”라고 태연하게 대꾸한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모모코의 아빠는 보스에게 찍혀 일자리를 잃지만 동네 꼬마들에게 물풍선을 팔며 골목대장 노릇 하는 게 즐겁고, 늙은 할머니는 손녀에게 과자값을 뜯어내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지언정 “누가 뭐라면 어때. 나만 행복하면 되는 거지”라는 식으로 꿋꿋한 캐릭터들이 뜻밖에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원빈이 출연한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로 유명한 후카다 쿄코가 ‘프렌즈’ 때 보다 날씬하고 깜찍한 모습으로 출연한다. 2일 개봉. 15세 관람가.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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