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대참사로 이라크 정국이 극도의 혼미상태에 빠졌다.
31일 시아파 7대 성인인 이맘 무사 알 카딤의 사원을 참배하려던 시아파 순례객 650명 가까이가 사망하고 240여명이 부상한 대참사가 발생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불안한 이라크 정국이 또 한번의 회오리바람에 휩쓸리게 됐다. 이라크 내전 이래 최악의 사건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날 사고의 발단이 된 4발의 로켓포탄 공격이 과연 누구에 의해 주도됐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 내무부는 사건배후를 밝히기 위해 특별조사반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가뜩이나 수니파가 배제된 채 이라크 헌법초안이 마련된 직후에 발생한 것이어서 사건의 배후에 수니파 저항세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양 종파간의 분쟁은 걷잡을 수 없는 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상오 바그다드 시내 카디미야 지역에 있는 이맘 무사 알 카딤 사원에서는 시아파 순례객들을 향해 누군가가 로켓포탄 4발을 발사했고 이중 3발이 군중들 틈에 떨어져 7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로켓포 공격직후 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로켓포 발사 지점을 포착해 즉각 응사했다. 그러나 저항세력의 피해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대형 참사는 그 직후에 일어났다. 로켓포탄 공격에 놀란 순례객들이 티그리스강의 알 아이마 다리를 건너던 중 어디에서부터인지 ‘자살폭탄 테러범이 다리 위에 있다’는 소문이 불같이 번졌고, 이에 놀란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대피하려다 서로 엉켜 넘어지고 난간이 무너지면서 대참사극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자살 폭탄 테러범이 있다는 소문을 흘려 혼란을 부추겼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 배후세력이 누구임을 이미 단정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면서 시아파 내부에서는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되고 있다.
소문은 또 소문을 낳고 있다. AP는 이날 알 카딤 사원 주변에서 식사를 한 시아파 순례자 8명이 독극물에 중독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CNN은 독극물 사망자수가 현지에서는 50명이 된다고 보도했다.
로켓포 공격과 압ㆍ익사, 독극물 살해 등을 둘러싼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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