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정을 통해 놓고/ 서동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후에 백제 무왕(武王ㆍ재위 600~641)이 되는 소년 서동이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지어 저잣거리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다고 전해지는 현전 최고(最古)의 향가 ‘서동요’(薯童謠).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의 주인공들이 1,400년 세월을 뛰어넘어 9월5일 첫 방송하는 SBS 50부작 대하사극 ‘서동요’를 통해 환생한다.
시청자들을 흥미진진한 역사여행으로 이끌 길잡이는 국민드라마 ‘대장금’ 열풍의 주역, 이병훈(61) PD와 김영현(40) 작가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백제궁궐 등을 재현한 충남 부여군 충화면 오픈세트장에서 그들을 만났다.
“‘대장금’을 끝낸 뒤, 역사기록에 묻혀 우리 손길을 기다리는 새 ‘영웅’을 찾기까지 6,7개월이 걸렸습니다. 100권이 넘는 사료와 서적을 뒤적인 끝에 서동을 만났습니다. 백제를 무대로 한 첫 사극이어서 부담만큼 자부심도 큽니다.”(이 PD)
김 작가는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다 왕위에 오르는” 성공 스토리와 더불어 백제의 찬란한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했다.
“영토정복이 아니라 과학기술로 세계로 뻗어가는 시대흐름에 맞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기록에 없는 서동의 어린시절을 최고의 야금기술박사를 꿈꾸는 말단 훈련공으로 설정하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을 수라간 나인으로 설정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음식 이야기와 달리, 과학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 4세기 후반 근초고왕이 왜왕에게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칠지도(七支刀)의 제작과정을 넣거나, 백제금동향로를 서동의 스승인 목라수의 작품으로 설정한 대목 등은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이 PD와 김 작가는 “백제의 뛰어난 과학기술과 올곧은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그 정도의 상상력은 허용되리라고 믿는다”고 입을 모았다.
‘서동요’ 역시 여느 사극과 마찬가지로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다. 웬만한 스타급은 제작기간이 길고 CF 유발효과가 떨어지는 사극을 기피하는데다,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
이 PD는 “‘대장금’의 이영애도 회당 출연료가 1,000만원을 넘지 않았는데 캐스팅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거액의 출연료에 옵션까지 들어주면 드라마 제작 자체가 어려워 능력있는 새 얼굴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조현재(서동), 이보영(선화)에 대해 “왕자, 공주 역에 맞게 기품있고 수려하다”며 “‘대장금’에서 한 상궁 역의 양미경처럼 그들도 이 작품을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말했다.
사극의 성공요인으로 스토리와 함께 색채, 음악을 꼽는 이 PD는 이번에도 의상과 음악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의상은 색채와 문양을 바꿔가며 수백 벌을 만들어 세 차례 테스트를 거쳤고, 음악은 ‘대장금’ 주제곡 ‘오나라’로 잘 알려진 젊은 작곡가 임세현씨에게 맡겼다. 이 PD는 “벽화와 기록 속의 백제 복식문화와 음악의 아름다운 부활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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