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대한 말들이 많다. 특히 지난 26일 밤 그가 던진 말과 메시지는 또다시 파장에 파장을 낳고 있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지도자인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 것인가? 경제는 분명 어려운데 어렵지 않다고 하니 믿어야 하는가? 그가 말을 잘하니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가? 대통령이 도덕성이 출중하니 그를 존경해야 하는가?
다소 엉뚱할지 모르지만 대통령과 오이디푸스왕은 닮은 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자신만이 알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다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핑크스의 비밀은 홀로 풀었으나 자신에 대한 수수께끼는 세상이 풀어주어야 했다. 또한 남을 탓하는 것도 양자는 비슷하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죄인을 찾았고, 대통령 또한 자신의 실정이나 정치적 위기를 담 너머에서 찾고 있다.
특히 언론이나 야당을 마치 예언자 타이리시어스나 크레온으로 몰면서 자신을 권력 투쟁의 희생자로 부각시키는 일은 초반의 오이디푸스와 영락없이 닮은꼴이다. 양자는 또한 높은 도덕성을 지향하는 것도, 문제를 보면 솔직하게 직시하고, 그것의 끝장을 보고자 하는 집념도 똑같다.
그러기에 오이디푸스는 눈을 떴지만 보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그 눈을 스스로 후벼 파내야 했다. 우리 대통령은 과연 어찌할 것인가? 국민의 지도자가 되어 내 잘못이 아니라 한다면, 천륜을 범한 오이디푸스가 모든 것을 운명 탓으로만 돌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
“최상의 정부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길 원하고, 또 행복하게 할 줄을 아는 정부이다.” 19세기 영국 정치인이자 문필가였던 매컬리 경의 말이다.
현 정부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의지는 과거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돋보이나, 안타깝게도 그 방법을 모르고 있다. 현재 대통령의 행보는 현실 정치가 여의치 않으니까 이상 정치로 돌아가려는 것 아닌가? 정치가가 어찌 정치를 혐오스럽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자기모순이 무슨 자랑인가?
아무리 봐도 대통령은 유리피데스 비극에 나오는 어둠이 두려워 휘파람을 부는 사나이와 같다. 경제지표를 들고 나와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강변하다니. 우리 대통령은, 바이런의 말처럼, 고작 인용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만 갖췄을 뿐인가? 국민들이 어리석다니? “누가 당신을 우리의 군주와 심판자로 만들었는가?” (출애굽기 2:14).
최병현 호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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