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의회가 28일 헌법안을 확정함으로써 앞으로의 관심은 헌법안 채택 여부를 최종 결정할 10월15일의 국민투표로 옮겨졌다. 이 국민투표에서 헌법안이 통과되면 12월15일 이전 새 헌법에 기초한 총선을 실시하고, 12월31일 이전 완전한 주권정부를 출범시킨다는 정치일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헌법초안에 대한 종파ㆍ정파 간 합의도출이 중요했던 것은 헌법안 작성이 주권이양 로드맵의 첫 단추가 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헌법초안위의 수니파 대표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까지 헌법초안에 완강히 반대한 것은 앞으로의 정치일정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외형적으로 헌법안을 확정해 다음 정치 스케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수니파의 동의를 결국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엄청난 타격이다.
수니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초안을 확정짓는 강공책을 쓸 것이었다면 시한을 세 차례나 넘기면서 어렵게 협상을 벌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난도 잇따른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국민투표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수니파가 강경투쟁 방침을 선언하면서 국민투표에서 헌법안을 부결시키기로 해 앞으로의 정국은 시아ㆍ쿠르드족과 수니파 간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투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1월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을 보이코트했던 수니파가 이번 국민투표에는 수니파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재빨리 유권자 명부 작성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이를 반증한다.
국민투표 자체를 봉쇄할 목적으로 유혈폭력 사태가 더 극심해지리란 우려도 있지만,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수니파에 의한 극단적인 폭력투쟁은 일단 잠복할 것이라는 게 조심스런 전망이다.
문제는 국민투표가 부결됐을 경우다. 수니파가 바그다드를 비롯한 중서부 지역의 최소 4개주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만 반대표가 쏟아지더라도 헌법초안은 자동 부결되고, 그 순간 지금까지의 이라크 재건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특히 쿠르드족은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현재의 자치권 요구에서 한발 더 나가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국민투표를 전후로 이라크 전역이 갈갈이 찢기는 통제불능의 내란상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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