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말부터는 국내 여행객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항공사보다 요금이 30% 가량 싼 저가 항공사인 한성항공과 제주에어가 이 달 말과 내년 6월 각각 본격 운항에 나선다.
두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항공사에 비해 저렴한 요금을 앞세운 저가항공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걸어 온 길은 서로 180도 다르다.
부정기 항공운송 업체로 공식 출범하는 한성항공은 한우봉(50)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6월 운항에 들어가는 정기항공운송업체 제주에어는 주상길(62) 대표이사 사장이 수장을 맡아 사업을 진두지휘 한다. 두 사람의 성장 배경과 경력 등은 커다란 대조를 보인다
애경소재㈜ 대표이사에서 올해 초 제주에어 초대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주 사장은 항공업계 경력만 따진다면 ‘초보’ CEO라고 할 수 있다. 1997년 애경유지공업㈜에 입사해 애경그룹 계열사를 거치며 제주에어를 맡기 전까지 줄곧 화학분야에만 몸담아 왔다.
그는 그러나 애경그룹의 일반 사원으로 입사한 뒤 93년부터 현재까지 12년 동안 애경그룹 계열사 CEO를 두루 맡으며 최고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았다.
주 사장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척 중 어느 누구도 항공사 근처에 가본적이 없을 정도로 항공업계와는 무관했다. 주 사장은 “항공사는 워낙 생소한 분야 여서 대표직을 맡고 나서 처음 1주일은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며 “첫 2~3달은 업무 관련 용어조차 몰라 어휘를 배우고 익히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계약과 구매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전문가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반면 한성항공 한 사장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대한항공에서 12년, 아시아나항공에서 8년 등 20년을 항공사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한 사장은 2000년 한 때 광고회사 대표직을 맡은 적이 있지만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디트로이트 등에서 국내 항공사 해외 지점장 등을 지낸 항공업계 핵심 간부 출신이다.
그는 또 ‘비행기 집안’ 출신이다. 한 사장은 “첫 직장으로 항공사를 택한 것도 네덜란드 KLM항공사에 근무하던 누나를 동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의 부인도 대한항공 발권 카운터 직원이었다.
그의 장인은 공사1기 출신으로 공사 교장을 지낸 예비역 소장이고, 장인의 동생도 공군 대령 출신으로 대한항공 기장을 지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CEO지만 항공사 운영에 관한 계획과 포부는 비슷하다. 특히 항공 안전에 관해서는 두 대표 모두 한목소리로 ‘수익보다는 승객의 안정’을 강조했다.
주 사장은 “이윤 창조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특성상 수익 증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며 “정비사와 운항관리사 전원을 해외 훈련기관에 파견해 충분한 교육을 쌓게 하는 등 승객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항공사로 평가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 역시 “비행기도 택시처럼 빠르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저가항공이 결코 기존 항공사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거나 불편한 운송수단이 아니란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