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연 평균 6.1%이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 4.8%로 크게 떨어졌다는 한국은행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또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그것이 3%대로 추락할 수도, 5%대를 회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55% 수준인) 정보통신산업의 부품 국산화율이 10%포인트만 개선돼도 성장률은 1.1%포인트 높아지고 신규 일자리도 21만개나 생길 것”이라고 한 대목은 현실에 대한 뼈아픈 진단과 함께 분명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어서 모두가 경청할 내용이다.
물론 보고서가 분석한 성장잠재력 약화의 원인을 보면, 저마다 남 탓하는 경제주체들의 안일한 현실인식으로 타개될 내용이 아니어서 절로 한숨이 난다.
글로벌 경쟁에서 후진국은 쫓아오고 선진국은 도망가는 넛크래커(nutcracker)에 끼인 호두 신세가 됐고, 부품소재산업의 취약성 때문에 수출 과실이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가며,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인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최근 4년간 0.3%에 그쳤다.
더구나 저출산ㆍ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80년대의 25%로 떨어졌고, 산업의 젖줄 역할을 해야할 금융은 가계대출에만 급급하며, 의욕만 앞선 정부의 관리부실로 경제의 불안정성이 한결 높아졌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TV에 나와 ‘낙관적 지표’로 제시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한국 경쟁력 평가에 대해 한은이 부정적으로 해석한 것은 흥미롭다.
이 즈음에서 정부가 할 일은 명백해졌다. KDI 삼성 LG 등 민ㆍ관 경제연구기관들이 이미 지적했듯, 지금은 개발독재시대의 성장엔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데올로기적 성장률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구체적인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 및 생산인력 확충, 규제완화 등 시스템 효율화를 통한 기업투자 촉진, 재정ㆍ금융정책의 유효성 제고를 위해 지금 발버둥치지 않으면 정말 우리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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