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 90㎞...100㎞”
시속 100㎞로 달리는 차량 안에서도 셋톱박스 크기의 단말기를 통해 보는 화면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호텔 주변 도로 5㎞에 조성된 시험 코스를 15분 이상 왕복하는 동안에도 마치 집안에서 TV를 보듯 깔끔한 화면이 이어졌다.
“시속 120㎞까지 초당 2메가비트(Mbps)의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는 설명에 화면을 지켜보던 해외 참관업체 연구원의 얼굴엔 놀라움과 당혹감이 스쳤다.
‘4G’(제4세대)로 불리는 차세대 이통통신 분야에서 한국이 한 발 앞서가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29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4G 포럼 2005’ 행사를 통해 4G 전단계 기술인 한국형 무선인터넷(와이브로·WiBro)의 이동 송수신 시험을 펼쳐보였다.
지난해 12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첫 장비 시연이 성공한지 8개월, 삼성전자가 셋톱박스 수준의 단말기를 선보인지 6개월만이다.
실험실이 아닌 야외에서 이동 중 시연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와이브로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에서 일반 개인휴대단말기(PDA)나 휴대폰 수준의 시험 단말기를 이용해 상용화 수준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와이브로는 ‘차세대 이통은 우리 기술로’라는 목표 아래 정부와 삼성전자 등이 주도해 만든 한국형 이동통신 기술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무선인터넷 업체들의 단체인 와이맥스(WiMax) 포럼이 와이브로를 이동형 와이맥스(모바일 와이맥스)의 표준 기술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세계화의 길을 밟고 있다.
와이브로는 특히 직교주파수분할다중전송(OFDM) 등 4G 실현에 필수적인 최첨단 무선기술을 구현하는데 성공해 전세계 이통 기술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4G 포럼에 노키아, 인텔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들과 보다폰, 스프린트, NTT도코모 등 거대 이통 사업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와이브로 기술이 4G 분야의 ‘선구자’로 가장 앞서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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