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속개될 예정이던 4차 6자회담이 표류하고 있다.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얼마 전 ‘9월2일 속개’를 공언했지만 갑자기 개최일자부터 불투명해진 것이다.
표면적으로 북한이 한미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기간(8월22일일~9월2일) 중 6자회담 개최에 응할 수 없다고 버티는 모양새다. 하지만 속사정은 관련국들의 정치 일정, 미국의 대북 인권특사 임명,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 등이 얽히고 설켜있다.
북한은 막후 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UFL훈련 기간 중 6자회담을 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미 24일 외무성 대변인 언급을 통해 “대화 상대방을 겨냥한 전쟁 연습을 벌여놓은 미국의 처사를 엄중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쪽에서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기간에 남북 회담에 응하지 않았던 전례도 감안된 듯 하다.
북측 주장대로 6자회담이 9월 2일까지 열릴 수 없다면 물리적으로 9월 초순에는 회담 개최가 힘들다. 9월 5일부터 9일까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가 예정돼있어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9월 둘째주에는 워싱턴을 떠날 수 없다. 따라서 6자회담은 9월 중순 이후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9월 중순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 등 각국의 정치 일정이 빠듯하다.
이 때문에 우다웨이 부부장이 27일 급히 방북했다. 북한 지도부를 직접 설득하고, 회담 속개일을 확정하기 위해서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북한이 1976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는 UFL훈련을 회담 불응 이유로 군색하게 거론하느냐 이다. 회담 불응의 진짜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관측통들은 “회담 속개 시 북측은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진행된 6자회담에서 모든 핵무기과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하는 한ㆍ미ㆍ중의 압력을 받은 북한은 회담 속개시 재연될 상황을 염려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평화적 핵 이용 문제에서도 미국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이 회담 거부입장까지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속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측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회담 속개일을 내놓을 수 있다”며 “우 부부장의 방북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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