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폭탄주가 술꾼의 음주문화로 확고히 자리잡았으나, 최근 해악이 부각되면서 폭탄주 추방 운동이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부 지도급 인사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면과 4면 관련기사를 통해 “폭탄주는 한국인의 동료의식을 고취하고 이를 확인하는 더 없이 좋은 도구가 되고 있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밤이 가는 줄 모르고 외쳐대는 ‘원 샷’ 회오리에 한국인들의 생명과 정신이 희생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를 인용, 한국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선진국의 10배에 이르고, 폭음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률도 매년 12.7%씩 늘어나는 것은 폭탄주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박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고위 인사들이 보는 폭탄주의 장단점과 폭탄주로 인해 발생한 과거 불상사들을 자세히 언급했다. 정부 홈페이지에 “술에 찌든 사람들은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전혀 술 마신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의 발언도 실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은 폭탄주 예찬론자로 거론됐다. 신문은 한국이 단기간 내 반도체 전쟁에서 일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팀워크를 살리는 공이 큰 폭탄주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황 사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폭탄주는 한국에서 조화(harmony)와 조직의 상징”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박 의원을 비롯한 40명의 의원이 폭탄주 근절을 다짐하고, 지난달 김종빈 검찰총장이 검사들에게 폭탄주 금지령을 내린 것을 예로 들며 최근들어 폭탄주의 폐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6월부터 폭탄주를 끊고 식이요법을 해 체중을 17kg 이상 줄인 박 의원이 “음주에 대한 문화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으로 기사를 맺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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