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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개인전 옥션 스페이스/ 밤과 낮… 철망에 갇힌 인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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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개인전 옥션 스페이스/ 밤과 낮… 철망에 갇힌 인간의 시간

입력
2005.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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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 물질이 칠해진 나체의 철망 군상들이 뒤섞여 암실 여기저기 매달려 있다. 늪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 같기도, 전쟁 속에서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넋 나간 사람들 같기도 하다. 특히 벽 한면을 차지한 4m 높이의 거대한 얼굴 ‘푸른 방’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철망으로 작업하는 작가 박성태(45)씨가 2년 만에 평창동 서울 옥션 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한지, 테라코타 등 재료의 한계가 느껴질 때마다 새로운 소재로 작업하던 그는 2001년 모기장을 수리하다 철망 작업을 착상했고, 이번에는 아이들 방에 형광 색 별이 그려진 벽지를 붙여 주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인간 형상과 달리는 말들이 조명에 따라 형성해내는 여러 겹의 그림자들과 어우러진 발광 작품들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전시장 공간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5m 높이에, 200평에 달하는 대형 전시 공간에 맞춰 1년을 준비했다. 낮을 상징하는 ‘화이트’, 밤을 상징하는 ‘블랙’ 공간으로 대별된다.

‘화이트’에는 조명의 세기와 각도의 변화, 한 겹 더 입힌 철망 덕에 기존 작업보다 진한 입체감이 느껴지고 역동적이다. 반면 ‘블랙’에는 형형색색의 군상과 아이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목선과 가슴뼈, 팔 근육, 핏줄, 성기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조각들이 어둠 속에 빛을 발한다.

“인간은 자연물 중에 우월한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먼지에 불과할 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각각 다른 느낌이 나는 인체를 탐구하고 표현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그는 말한다. “아직은 철망작업이 재미있네요. 이 재료가 지겨워질 때까지는 아마 이 것으로 계속 작품을 만들 것 같습니다.”

박씨의 작품 ‘질주 3’은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 2배를 넘는 2,340만원에 낙찰 됐다. 해외 아트페어와 경매시장, 화랑에서도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시는 4일까지. (02)395-0330.

조윤정 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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