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29일 이후 처음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30일 만찬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벙어리 냉가슴이다.
당내에서는 삼삼오오 만나기만 하면 대연정 제안에서 ‘권력을 통째로…’ 발언까지 청와대의 일방통행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쓴 소리’를 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홍역을 치르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의원들도 없지않아 지도부에 비상이 걸리긴 했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속만 끙끙 앓고 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우리당 의원들의 불만 수위는 몇몇 의원의 표현을 빌면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대연정 제안, 형사시효 배제 문제, DJ정부의 도청 고백, 97년 대선후보 수사 불원(不願)에 이어 지난 25일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는 발언까지 어느 것 하나 당과 사전에 조율된 게 없기 때문이다.
조율은커녕 노 대통령이 불쑥불쑥 화두를 던질 때마다 우리당 의원들은 자세한 내용도 모른 채 반발하는 야당에 맞대응을 하고 지지자들에게 궁색하게 해명하는 등 뒷감당도 벅찼다는 불만이다.
하지만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번 만찬에서 여과 없이 터져 나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한 초선의원은 “말만 당정분리일 뿐 청와대는 내지르기만 하고 언제나 뒷수습은 당의 몫“이라며 불만을 쏟아냈지만 “140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석한 식사자리에서 무슨 얘길 하겠느냐”고 발을 뺐다. 한 중진의원도 “연정론 등에 대한 대통령 훈시나 듣고 오는 거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당 지도부는 못내 걱정이다. 지도부는 일단 29~30일 충무 워크숍을 통해 의원들의 ‘푸념’을 한 차례 거른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당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점을 건의할 생각”(문학진 의원), “여당이 소외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음을 청와대가 알아야 한다”(한광원 의원)는 등 어떤 식으로든 불만을 전달하겠다는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찬당일 분위기에 따라 강경파가 분위기를 주도하며 노 대통령과 한바탕 논리대결을 벌이는 의외의 사태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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