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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핵심인사 인터뷰

입력
2005.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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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동근 교육혁신위원장

_최근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학군광역화 논란을 어떻게 보십니까.

“고교평준화는 교육기회의 평등, 사회적 위화감 해소 등 많은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수학생에 대한 배려는 미흡해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자립형사립고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수월성(秀越性) 교육의 통로도 열어놓고 있습니다. 보편성 교육과 수월성 교육이 건전하게 양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간이 되는 평준화제도 자체를 흔드는 것은 소모적 논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분위기가 바뀌어 여건이 성숙되면 몰라도 지금은 평준화제도 자체를 무리하게 바꾸려고 하면 안됩니다.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등을 금지하는 3불(不)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이 국민적 고통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논쟁거리를 만들기보다 학생 학부모 국민이 신뢰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_특수목적고 정책은 문제가 없습니까.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는 원래의 설립취지에 맞도록 교육과정이 운영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목고들이 우수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우기보다는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쪽으로 교육방향을 잡다 보니 생겨난 문제들입니다. 교육당국이 특목고 출신들의 동일계 진학 유도 등 지침을 만든 만큼 앞으로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봅니다. 혁신위도 수월성 교육이 말 그대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조언할 생각입니다.”

_2008학년도 대입안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학원가를 전전하면서 공부만 하는 청소년들은 한국에 밖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아직까지 우리는 뛰어난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학자 1명 나오지 않았어요. 우리 교육이 학생들을 시험 잘 치는 기계로 만들어왔기 때문이지요. 창의성 독창성 교육은 전무했다고 봅니다. 2008년도 대입안을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들이 한 걸음 양보해서 시험 잘 치는 학생이 아니라 조금 더 큰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_내신성적 비중 확대가 핵심인 2008학년도 대입안이 학력저하를 야기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의 학력은 각종 국제적인 통계들을 살펴볼 때에도 결코 하향평준화가 아니며 우려할 만한 수준도 아니라고 봅니다. 또 공교육 내부에서도 이미 학력신장을 위한 보완적 제도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당수 학교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부산의 일부 학교들은 방과 후에 학년 구분조차 없는 보충수업을 통해 학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_만연한 공교육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공교육이 정상화하고 내실 있게 운영되려면 학교 교육을 통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구가 해소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원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현장 교사들에게 사명감을 다시 일깨워주는 것은 물론, 열정을 갖고 헌신적으로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_2기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추진할 각종 교육정책의 밑그림은 완성됐는지요.

“우선 일선 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교원승진제도 등 가장 민감한 1~2가지 사안은 손을 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교육혁신위 역할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에 현장의 목소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교육혁신위원장의 역할은 어떻게 보십니까.

“자신이 무엇을 직접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이미 개발돼 있는 정책, 밑그림이 나와있는 정책이 무리 없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신뢰와 통합의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산파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 없이 교육계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 할 계획입니다. 가장 시급한 일은 2008학년도 대학안과 관련해 현장에서 불안해 하고 있는 학부모 교사 학생들에게 신뢰를 찾아주는 일이라는 판단이 듭니다. 이런 문제들은 교육부와 대학은 물론 전국의 교육자치단체, 일선학교 및 유관 단체들 사이에 대화 부족으로 생긴 측면이 큽니다.”

_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정책은 어떻게 추진할 예정입니까.

“특수 교육과 저소득층 교육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계층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특수 교육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인건비 지원, 처우 개선 문제 등은 깊이 고민하고 시급히 개선할 작정입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_학군광역화는 교육인적자원부와 함께 추진하는 정책입니까.

“학군조정문제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검토한 바가 없습니다. 일부 언론에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시교육청이 반대하는 것처럼 보도돼 둘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졌는데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큰 사안이기 때문에 관련기관들의 정책연구와 여론수렴 등 신중한 검토를 거칠 문제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국회에서 밝힌 것도 그런 차원의 원론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_서울에서 자립형 사립고는 언제쯤 볼 수 있습니까.

“자립형 사립고의 설립은 수월성(秀越性) 교육의 통로를 확보함으로써 기존의 고교평준화 정책을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더욱이 자립형 사립고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입니다. 교육부가 자립형 사립고제도의 도입을 확정하면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2~3곳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뉴타운이나 도심 지역이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_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일 현실적 대안이 있습니까.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사교육을 위해 영어 논술 예ㆍ체능 등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교육 수요를 학교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2학기부터 4~5개 학교를 하나의 학교군으로 묶어 원어민 영어회화와 논술, 플루트, 바이올린 등 다양한 과목특성별 강좌를 개설할 계획입니다. 해당 분야에 상당한 소양을 갖춘 일선 교사 및 영어 원어민 등이 강사로 참여하게 되면 학부모나 학생들도 굳이 학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수강료도 저렴한 실비 수준으로 책정해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_학교교육 현장의 열악한 시설에 대한 지적도 많은데요.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2학기부터 대대적인 교육환경 개선사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한마디로 웰빙 환경으로 만들겠습니다. 우선 실내 공기를 오염시켜 청소년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의 벽걸이형 가스난로를 2학기 중에 총 799억원을 들여 전기로 작동하는 최신식 냉ㆍ난방 겸용시설로 100% 교체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의 시력보호를 위해 교실의 조도를 300Lux 이상으로 대폭 개선하는 작업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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