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엊그제 내놓은 세제 개편안을 보면 불합리성이나 불가피성을 논하기에 앞서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경기를 활성화하면서 복지와 사회안전망 지출도 키워야 하는데, 돈이 없어 빚을 내야 하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만만한 게 월급쟁이이고 서민이라, 소주와 도시가스 세금이 올라가고 연말정산 때의 소득공제는 대폭 줄어들게 됐다. 세금우대저축 등 각종 비과세ㆍ감면 제도도 대부분 폐지돼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은 15~20% 늘어난다.
그래도 경기침체로 인한 4조~5조원의 세수부족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단다.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TV에서 “성장과 분배가 함께 하는 시대로 가려면 좀 짜증나더라도 연금 부지런히 내고 세금도 좀 더 내시라”고 말하고, 정책당국은 GDP 대비 30%에 근접하는 우리 국가채무가 선진국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고 하더니, 모두 국민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자락깔기였던 셈이다.
물론 나라살림이 곤궁하다면 절대 빈곤층을 제외한 국민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축소균형으로 가는 나라의 앞날은 없다. 문제는 세 부담의 형평성과 세입확대의 지속성이 보장되는 구조와 시스템을 갖췄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예산집행의 적정성과 효율성 역시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40%에도 못미치는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 쌓기만 하고 풀지않은 기업보유 현금, ‘큰 정부’지향에 따른 막대한 인적ㆍ물적 낭비 등을 감안하면 정부는 이 물음에 별로 할 말이 없다. 경직된 재정구조로 인해 세제가 내수침체 가중 등 반(反)경기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이러니다.
정부는 좀더 겸손할 필요가 있다. 우선 참여정부의 혁신 이데올로기를 위해 투입된 돈(위원회 난립, 공무원 수 급증 등) 단위 당 성과를 계산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다음, 월급을 고스란히 저축하는 ‘혁신 리더’들이 어떻게 해야 서민층에게 주머니를 털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