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그대로 수용하고 추종만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KBS 주최 ‘국민과의 대화’에서 많은 국민들이 시큰둥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연정(大聯政)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렇게 민심론을 설파했다. 노 대통령은 “역사에서 백성은 항상 옳은 결론으로 걸어갔지만 단기적으로는 항상 옳은 쪽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당연하게 들리지 않는다. 1년4개월 전, 탄핵 정국에서 언행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여권 인사들은 입만 열면 ‘국민’과 ‘민심’을 꺼냈다. 국민이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데 야당이 민심을 역류하며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4월 총선의 여당 압승, 5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노 대통령의 일성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국민은 훌륭했습니다”였다. 노 대통령은 또 총선의 승리에 대해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소감을 밝히고 ‘시민혁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후발 대선주자였던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것도 바로 국민이었다.
누구보다도 국민의 덕을 많이 본 노 대통령이 “나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국민이 몰라주니 답답하다”는 식의 말을 역설적이다. 연정론의 진정성을 국민이 알아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수 있다.
하지만 국민 탓을 하지말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정치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연정이 권력을 통째로 내놓고 추진할만한 과제인가에 대해 어이없어 하는 국민이 너무 많다. 노 대통령 말대로 지도자는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김광덕 정치부차장대우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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