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인식은 참으로 얇고 가볍다.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효율성에 집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의 유혹에 휩싸인다.
노 대통령이 그제 밤 TV에 나와 ‘시장’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노무현 경제학’을 새로 쓰겠다는 과욕이라면 말리기 힘들지만, 일본 고이즈미 총리와 독일 슈레더 총리의 ‘승부수’를 부러워하는 기질로 시장과 싸우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의 차원을 넘어 마르크스도 코웃음 친 공상주의(空想主義)에 불과하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부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책을 뒤흔든다고 비난하며 “국민생활을 위해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이 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부동산이야말로 시장이 완전 실패한 영역이다.…이 문제에 관한 한 사유재산의 원리, 시장 원리, 이런 부분을 가지고 헷갈리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변했다.
언뜻 보면 로빈후드 같은 정의감이 느껴지지만, 이는 아담 스미스 이래 경제학이 사회적 생산물을 토지 자본 노동 등 여러 생산요소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해온 것을 근거 없이 부인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이해관계가 해소되는 시장의 작동원리를 모르는 것이다.
이전에도 대통령은 수 차례 경제에 관한 짧은 지식을 장황하게 거론해 시장을 어지럽게 했다. 단기와 장기의 균형이라든지, 지식집단이 두 손을 든 양극화라든지, 위기 해결과 활성화의 모순이라든지, 부동산은 수요공급 법칙을 벗어난 특수한 재화라든지 등 독특한 개념을 마구 주장했다.
그래 놓고 지금 와선 그럴싸하게 시장실패를 얘기한다. 노 대통령은 이제 말의 유희를 그만둘 때가 됐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경제학원론을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나라 살림마저 ‘하늘이 두쪽 나도…’식으로 덤비는 대통령을 말리지 못하는 관리들도 자리를 그만 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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