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KBS 주최 ‘국민과의 토론’에서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메가톤급 파장이 일고 있다. 연정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화법이라할 지라도 헌법상 부여받은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는 태도는 책임있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권력을 내놓겠다”는 언급만 한 게 아니다. 29% 지지율의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도 피력했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권력을 내놓겠다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초 연정을 제안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권력을 내놓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은 직접 국민이 지켜보는 TV토론에서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표현으로 ‘권력 이양론’을 펼쳤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서신에서는 “대통령 권한의 절반 이상을 내놓을 수 있다”고 언급하더니 이번에는 모든 권력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통째로 내놓을 수 있다”는 언급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그대로 이해해달라”며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정치문화 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직을 버리는 것 외에는 대통령이 가진 권력을 다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우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하야할 수 있다는 의사까지 밝힌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그런 것까지는 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 대통령도 토론회 말미에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야의 의미보다는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는 것을 특유의 화법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 우세하다.
노 대통령은 2003년 가을에도 재신임 제안을 했을 정도로 정치적 고비마다 자리를 거는 ‘올인 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이 같은 극단적 화법에 대해 다수의 국민은 우려한다.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실현이 대통령 자리를 걸면서 추진할 정도로 그리 급한 문제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대통령은 헌법상 고유의 권한을 부여 받았으므로 대통령직을 유지한 채로 권력을 다 내놓기도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하야로까지 해석될 수도 있는 극단적 언급을 하는 대통령이야말로 정치와 사회의 불안정을 촉발시킨다는 비판도 거세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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