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종의 장편소설 ‘너는 마녀야’는, 제 이름으로 책 한 권 내지 못한 30살 소설가인 ‘나’의 연애 이야기다. 그런 ‘나’의 연애 상대는 대기업 홍보과 직원으로 늘 술에 절어 살면서도 “하고싶은 게 많아 결혼은 생각도 없다”는, 그래서 “헤어지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악질’ 이철수다.
-오빠 나 데리고 살면 안돼? 절대 안돼?(12쪽)
-이철수의 몸은 따뜻했지만 그의 체온이 닿지 않는 내 벗은 등은 추웠다.(34쪽)
이철수는 심지어 ‘나’에게 이런 저런 남자를 소개하며 사귈 것을 종용하지만, ‘나’는 틈만 보이면 그의 원룸으로 찾아 든다.
-이 방에서의 시간만이 일상이 비일상으로 변하는 유일한 순간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97쪽)
‘이철수’의 방을 벗어난 뒤에 남는, ‘나’의 일상이라면 문학이다. ‘나’가 두려워 하는 것은 “재능은 없고 열망만 남은 인간”(24쪽)의 비루함이다. 또 ‘나’의 소망은 “나를 이해해 줄 단 한 명, 그리고 늙은 장인이 생의 끝에 얻은 날렵한 단검처럼 견고한 한 권의 책”(176쪽)이다.
그러니 ‘너는 마녀야’는 사랑과 삶(문학), 그 갈망과 현실의 간극에 간여하는 소설이다. 일상이 그렇듯, 도무지 좁혀질 것 같지않은 그 막막한 간극은 마땅히 슬퍼야 하고 또 적당히 진부해야 자연스러운데, 소설은 오히려 유쾌하고 산뜻하기까지 하다. 슬픔은 오히려 그 경쾌한 문장의 바깥에서 김빠진 탄산음료의 기포처럼 자극성 없이 전해진다.
얄밉게도 작가는, 통속의 문법을 날렵하게 비껴나가며 그 재미만 챙긴 듯하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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