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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음식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주5일제 행복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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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음식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주5일제 행복한 식탁

입력
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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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제로 부부 갈등 악화.” 갑자기 사회면을 펼친 것이라 착각하지 마시라. 본 지면은 문화부에서 만드는 주말 판이 확실하니까. 말랑한 얘기만 늘어놓는 본 칼럼을 이처럼 강한 뉴스로 시작한 이유는 무얼까? 주 5일제와 맞물려 가정 불화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내게는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자,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언제부터 금요일 오후에 서울을 빠져나가 이박 삼일의 시골 생활을 즐기고, 동강에서 래프팅을 하며 가까운 해외에 도깨비 여행을 다녔냐 이 말이다.

엘리트 양성에 혈안인 사회에서 입시, 군대, 취업, 승진, 또 승진을 위해 전력으로 달리기만 해 온 이들이 대한민국 가장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나라에서 ‘제발 좀 놀아 봐라’고 한다.

회사에서 일만 잘해서는 멋진 가장이 아니라는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 진다. 옆집 아빠가 텔레비전 앞에서 낮잠을 청할 때, 와이프와 아이들을 최신형 레저 차량에 태워 유유히 서울을 떠 줘야 ‘더’ 능력 있는 가장으로 대접받는 세상이다.

참,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지금껏 돈 벌어다 줬더니 이제는 그 돈으로 놀아주기 까지 해야 된단다. 이럴 바엔 차라리 토요일에도 회사를 나가는 것이 낫겠다.

오전 시간에 몇 가지 업무만 정리하면 동료들과 점심도 여유롭게 먹고, 내키면 회사 근처에서 당구라도 한 게임 칠 텐데. 생각보다 업무량이 늘었다고 집에다 말을 하면 사우나에서 느긋하게 쉬다가 저녁에 들어가도 좋겠고 말이다. 내 남편이, 내 아빠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찌 해야 하오리까?

● 새로운 놀이, 요리

얼마 전 휴대폰으로 본 칼럼의 ‘애독자’를 자처하시는 분이 전화를 주셨다. “이렇게 불쑥 전화를 드려 죄송합니다만, 지난 주 기사에 쓰신 그 밥집이 어디인가요?” 예의를 멋지게 차리시던 그 독자 분은 쉬는 날에 와이프를 대동하고 기사 속 ‘밥집’을 찾아 가고 싶다 하셨다.

수화기 너머로 언뜻 들리던 목소리는 역시 중년의 부인 음성으로, ‘팩스 번호를 드려요’ 등의 다정한 대사들이었고. 기분 좋게 전화를 끊고 나니, 주 5일을 맞아 곤경에 빠진 가장들의 비책으로 요리는 어떨까 싶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친정 아빠(난 아직도 ‘아빠’라고 부른다)와 함께 새 단장을 끝낸 모 백화점 식품 관에 갔던 것.

아빠는 요리사인 나보다 더 눈을 반짝이시며 생선 코너, 고기 코너, 유기농 신제품 코너 등을 찬찬히 둘러보고 재미있어 하셨다. 내가 조금만 더 부추기면 장이라도 봐서 요리를 해 준다고 나서실 태세였다.

생각해보니 맛난 거 먹기를 마다할 사람 없고, 새로운 입맛은 언제나 멋진 경험이며 맛있는 밥 같이 먹으면서 싸우는 사람들 본 적이 없는 것.

그러나 이름난 맛 집을 찾아 다니다 보면 그 계산서를 감당할 일이 까마득할 테니 소소하게 장을 봐서 직접 요리를 해보자는 게 나의 제안이다.

단, 메뉴 선택에 조심해야 한다. 매일 먹는 밥이랑 국을 한답시고 부엌을 어질러트리다가는 ‘밥과 국’의 도사인 와이프들에게 핀잔만 듣는다. 이국적인 메뉴, 이를테면 비교적 만들기 쉬운 이탈리아 가정식이 어떨까?

● 뇨끼(GNOCCHI) & 부르스케타(BRUSCHETTA)

메뉴의 이름이 일단 어렵지만, 설명하자면 간단하다. ‘뇨끼’는 감자와 달걀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 반죽을 조금씩 떼어 익힌, 우리식으로 말하면 수제비쯤이 될까? 아무튼, 파스타의 일종이다.

감자를 푹 쪄서 뜨거울 때 으깨고 올리브유, 소금, 치즈 가루로 간을 낸 다음 밀가루로 찰진 정도를 조정하여 만든다. 반죽이 부드러워 졌을 때 떡볶이 떡 굵기로 작게 끊어서 끓는 소금물에 삶아내면 완성. 여기에 입맛에 맞는 소스를 붓기만 하면 제법 근사한 ‘요리’가 되는데, 소스는 손쉽게 해결해야 한다.

뜨끈뜨끈 삶아 건진 뇨끼가 식기 전에 상에 내야 감동적일 테니까. 이때 요긴한 것이 즉석 크림 스프. 마트에 나가보면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웰빙’을 내세운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다.

고전적인 옥수수 크림 스프, 구수한 구운 감자 크림 스프, 고급스러운 부로콜리 치즈 크림 스프 등 입맛에 따라 고른 후 조리 방법에 제시된 물의 양을 좀 줄이고 생크림이나 우유, 가루 치즈를 더 넣으면 걸쭉한 소스가 된다.

감자 뇨끼에 선뜻 자신이 안 생긴다면 ‘부르스케타’에 도전해 보자. 쉽게 말하면 ‘토스트 빵 위에 고명을 올린’ 정도의 요리다. 벌써 듣기에도 쉽지 않나?

여기에는 특히 ‘바게트’라 불리는 겉이 딱딱하고 긴 유럽식 빵이 제격인데, 구할 수 없다면 하드 롤을 반 가르거나 식빵을 조금 도톰하게 썰어달라고 하면 좋다.

고명이란 것이 본래 정해진 룰보다는 창의력을 요하는 것이므로 부르스케타는 일단 구워진 빵만 준비 된다면 제법 자유롭게 완성할 수 있다.

양파와 토마토에 다진 마늘과 다진 고기를 볶아도, 작게 썬 소세지에 피망을 넣고 볶아도, 짭짤한 엔쵸비(이탈리안 정어리)를 빵에 올리고 모짜렐라 치즈를 덮어서 토스터 오븐에서 살짝 녹여도 다 맛있다. 여기에 며칠 전 아내 몰래 구입한 만 원짜리 화이트 와인 한잔 곁들이면 어떨까?

이 글을 읽고 “당신도 이렇게 좀 해봐”라는 아내의 잔소리만 추가 된다면 오히려 다툼거리 하나 제공하게 된 것밖에는 안 될 테니 걱정이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랬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주 5일 바쁘게 살아온 서로를 어르고 다독여서 맛있는 주말을 보내자. 건강하게 맛있는 거 먹고 웃을 수 있는 인생이 영원한 것 아님도 알자.

푸드채널 ‘레드 쿡 다이어리’ 진행자

<뇨끼>

감자 3개, 달걀 1개, 밀가루 1/2컵, 소금, 올리브유, 치즈 가루

1. 감자는 푹 찐다.

2. 1의 감자를 으깨서 한 김을 빼고 달걀, 소금, 올리브유, 치즈 가루를 잘 섞는다.

3. 2에 밀가루를 솔솔 뿌려가며 반죽을 만든다.

4. 1인치 길이로 가늘게 썬다.

5.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4를 익혀 건진 다음, 버터나 올리브유에 한 번 굴려서 코팅한다.

6. 5를 접시에 담고 준비된 소스를 붓는다.

7. 통후추를 갈아서 최종간을 한다.

<부르스케타>

바게트1/2, 다짐 육 150그램, 토마토 1개, 양파 1/2개, 피망 약간, 다진 마늘 약간, 토마토소스(케첩) 1큰 술 반, 치즈 약간, 버터 40그램, 소금, 후추.

1. 빵은 1.5센티로 썰고 버터를 고루 발라서 굽는다.

2. 팬에 기름을 달구어 다진 마늘, 다진 양파, 토마토, 피망, 고기를 볶는다.

3. 2에 토마토소스를 넣고 소금, 후추, 치즈 가루로 간을 맞춘다.

4. 1의 빵 위에 3을 한 술씩 얹고, 치즈를 조금 올려서 오븐에서 데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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