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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어린이도서관의 역사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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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어린이도서관의 역사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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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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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사직단 곁에 있는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사직어린이도서관)은 우리나라에 최초로 생긴 어린이도서관이다. 1979년 유엔이 지정한 세계 어린이의 해를 기념하여 5월 4일 개관한 후 수많은 어린이들의 휴식처가 되어왔다. 이 동네 어린이들 뿐 아니라 주말과 방학이면 서울 강남과 경기도의 신도시, 멀리는 평택과 춘천에서까지 찾아온다.

그런데 이 어린이도서관이 6월말부터 크기가 줄었다. 경찰청이 본관에 붙어있는 별관 1층에 어린이집을 만들겠다며 시설과 집기를 모두 빼냈다. 그림책 원화나 독서감상화를 소개하던 전시실은 사라졌고 보존자료실에 있는 책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아이들이 도시락을 먹고 쉬던 휴게실 공간도 덩달아 사라졌다.

■경찰청 어린이집 위해 규모 축소

사직어린이도서관을 관장하는 서울시교육청은 별관 건물이 원래 경찰청 소유로 무상사용허가를 받아 써왔던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나마 별관 2층과 3층은 내년 5월31일까지 무상사용허가를 연장했으니 다행이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청이 2층과 3층도 비워달라고 하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에는 “소유자가 요구하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만 했다.

그렇게 되면 유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2층의 이야기실이나 컴퓨터 75대가 자리잡고 있는 3층의 디지털자료실도 비워주어야 한다. 하기야 1층에 어린이집이 들어서면 도서관 이용자들이 2, 3층을 올라가는 것은 그때부터 이미 힘들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사직어린이독서연구회라는 주부모임이 나서서 도서관을 지키기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경찰청은 이곳에 어린이집을 지어야 하는 이유로 늘어나는 여성경찰인력을 든다. 서울에만도 1,155명의 여성경찰이 근무하는데 이들의 업무가 야간에도 이어지면서 24시간 어린이집을 희망해왔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최근 여경과 여직원을 대상으로 어린이집 지원희망자를 조사한 결과 104명이 이용할 뜻을 밝혔다고 전해왔다. 그렇더라도 굳이 이곳에 만들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1층에 자리잡고 녹지가 가깝고 놀이터와 도서관, 디지털자료실까지 가까이 있어 2억7,000만원의 예산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을 갖추고 싶은 경찰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애들 맡기는 게 늘 고민인 맞벌이 여성의 고충을 안다. 누군들 좋은 곳에서 자식을 키우고 싶지 않으랴. 그렇다고 아무 데나 들어간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1979년 사직어린이도서관이 세워질 때 별관 건물은 경찰청 소유가 아니었다. 대지는 문화재청 소유이고 건물은 서울시립아동병원이 있던 자리로 서울시 소유이다. 그러다가 83년에 경찰청에서 청와대 관련 특수수사를 맡는 사직동팀을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어린이도서관 일부를 잘라 별관으로 쓰게 되었다.

군과 검찰,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전두환 정권 시절에 ‘그냥 쳐들어와서 차지한’ 공간이다. 이 곳은 서류상으로는 1998년말에야 서울시에서 경찰청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 지방자치제도가 자리잡으면서 정부와 지자체 및 산하 기관들의 역할과 재산권이 정리가 될 때 당시 사용중인 경찰청 소유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차제에 건물 개조 새 탄생을

그러다가 옷로비 사건으로 2000년 10월에 사직동팀은 해체되었고 별관은 경찰청이 서울시교육청에 무상사용허가를 주는 방식으로 어린이도서관 품으로 돌아왔다. 2002년에는 김대중 정부에서 6억원을 들여 디지털실과 전시실이 들어선 깔끔한 공간으로 꾸몄다.

무상사용허가는 3년 계약이었으나 이어 1년 계약으로 짧아졌고 드디어 5월31일로 경찰청이 돌려달라고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이곳이 경찰청 소유라는 것은 근본을 따져봐야 할 주장이다. 어린이집 유아를 내세워 어린이도서관 어린이한테 양보를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실 이런 갈등이 무색하게 사직어린이도서관은 낡았다. 별관과 본관을 억지로 분리한 모양새도 좋지 않다. 경찰청은 역사 바로잡기 차원에서라도 이곳의 소유권을 깨끗하게 포기하고 서울시는 이곳을 돌려 받아 시 위상에 걸맞은 어린이도서관으로 전체를 개조해주면 어떨까. 그러는 가운데 어린이집이 한 켠에 들어서도 좋을 것이다.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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