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삶은 진실이 아니라 어떤 것을 사실이라고 여기는 믿음에 의해 좌우되는지 모른다. 안개 속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는 인생 항로에서 믿음은 등대의 역할을 한다.
미신이라고 여기며 코웃음 치던 것조차도 일단 믿기 시작하면 현실이란 이름으로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따지고 보면 종교도 믿음의 힘을 빌려 확인할 수 없는 이적(異蹟)과 신의 존재를 진실로 만들어내고, 이를 영속화 시킨다. 이만하면 믿음은 삶의 만능 열쇠(Skeleton Key) 역할을 한다 할 만하다.
미국 남부 지역의 전통적 주술인 후두(Hoodoo)를 소재로 한 ‘스켈리톤 키’는 절실한 믿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공포의 힘을 뒷덜미가 서늘하도록 보여준다.
호스피스 캐롤라인(케이트 허드슨)은 루이지애나 늪지대에 위치한 고택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벤을 돌보게 된다. 벤의 부인 바이올렛(지나 롤랜스)은 헌신적으로 남편을 위하면서도 변호사와 재산상속을 의논한다. 말 못하는 벤은 뭔가를 두려워하며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케롤라인을 간절히 바라본다.
집은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괴이한 일들이 잇달아 벌어진다. 만능 열쇠로 의문의 다락방을 찾아 든 케이트는 바이올렛이 재산 때문에 주술로 벤을 해치려 한다고 믿게 된다. 그리고 벤을 구하기 위해 케롤라인은 점점 주술의 세계에 잠겨 든다.
영화는 미세한 공포를 벽돌 삼아 작지만 끔찍한 ‘유령의 집’을 차근차근 지어 올린다. 그리고 케이트가 주술을 믿게 됨으로써 이루어지는 결론은 그 동안 쌓아올린 벽돌을 해체하고 순식간에 새로운 퍼즐을 만들어낸다.
후반부의 반전은 ‘식스 센스’(1999)나 ‘디 아더스’(2001)를 능가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본 이후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잔영을 남겨 두고두고 되새김질하게 한다.
캐롤라인이 점차 주술의 세계에 빠져드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다소 지루하다. 그러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듯 관객들에게 비명을 지르게 하기보다는 뒤 돌아선 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올 여름 공포영화의 수작이다.
잊고 싶은 과거를 지닌 한 남자가 자신을 외계인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의 ‘케이 팩스’(2001)를 통해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가슴을 저리게 했던 이언 소프틀리가 감독했다. 금발미녀 배우의 대명사 골디 혼의 딸 케이트 허드슨과 지나 롤랜스의 연기 대결도 볼만하다. 25일 개봉. 12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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