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영화‘스타워즈’에서 다스 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크가 벌인 결투에서 사용된 광선검(light saber) 소품이 베버리힐즈 영화기념품 경매에서 6만 달러(약 6,000만원) 이상의 가격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이다. 광선검은 제다이 기사들의 포스와 결합돼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하는, 스타워즈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는 무기다. 손잡이에 달린 버튼을 이용해 막대 빛을 튀어나오게 하거나 길이를 조정하기도 하는데 고대 제다이의 거점으로 알려진 오수스 행성에서 가져온 수정의 색에 따라 광선검의 색도 바뀐다고 한다.
현실에서도 이런 광선검을 만들 수 있을까. 광선검의 외양은 매우 밝은 형광등, 혹은 형형색색의 빛을 만들어 내는 밤거리의 네온 사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이런 방전 램프들은 유리로 둘러싸인 내부 공간에서 빛이 방출되기 때문에 제다이 기사들이 한 번만 휘둘러 부딪치게 되면 몸체가 산산조각나 버릴 것이 분명하다.
광선검 손잡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의 또 다른 강력한 후보로는 ‘레이저’를 들 수 있다. 레이저는 퍼지지 않고 똑바로 진행하는 성질인 직진성이 강하고, 단위 면적당 에너지의 강도도 매우 높은 빛이다. 이런 특성으로 금속을 절단하거나 용접을 하는 산업용 레이저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레이저로 광선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그 어떤 빛으로도 광선검을 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빛의 성질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될 수 있다.
요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레이저 포인터로 레이저빔을 발사하면 이 빛은 초속 30만㎞라는 엄청난 속도로 공간을 날아간다. 직진성에 의해 끝없이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레이저빔은, 강도가 충분하고 경로 중간에 장애물이 없다면 달의 표면까지도 갈 것이다. 때문에 스타워즈의 광선검처럼 일정한 거리까지만 날아가는 빛을 만드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다.
설사 일정한 공간에 국한된 강력한 빛을 만들어 낸다 해도 스타워즈에서 볼 수 있었던 현란한 결투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령 광선검의 길이 만큼 레이저빔을 가두기 위해 검의 끝에 반사경 역할을 하는 거울을 놓는다고 치자.(공중에 거울을 어떻게 고정시킬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이렇게 만들어진 레이저 광선검을 갖고 다스 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크가 결투를 벌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두 개의 광선검이 부딪치는 순간 두 사람은 검의 충돌로 인한 반발력을 예상해 몸 상태를 준비하겠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충돌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검을 내리친 방향으로 넘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빛을 구성하고 있는 광자(光子·photon)는 상호작용이 전혀 없어 서로 부딪치더라도 그냥 지나쳐 버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력한 레이저를 손에 쥐고 휘두른다 해도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광선검과 관련된 또 하나 옥의 티는 광선검이 우리 눈에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직진하는 빛을 측면에서 보려면 빛이 떠도는 먼지 등에 의해 산란(散亂)돼야 한다. 그런데 광선검이 사방팔방으로 내뿜는 빛의 세기는 산란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하다. 먼지나 공기 분자가 전혀 없는 우주 공간의 전투장면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레이저빔, 그리고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인 공기가 전혀 없는데도 굉음을 내며 날아가는 우주선의 모습 등은 우주를 소재로 다룬 SF영화들이 저지르는 실수들 가운데서도 단골 메뉴다.
그렇다면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은 어떻게 연출한 것일까? 오직 컴퓨터 그래픽 기술만 이용해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오늘날에는 광선검 정도를 처리해 넣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1970년대에는 쉽지 않았다. 결국 배우들로 하여금 막대기를 들고 싸우게 한 뒤 광선검 애니메이션을 그려 넣는 ‘로토스토핑 기법’이 사용됐다고 한다.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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