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익 기독교 쪽에서 마침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암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남미의 반미 선봉장인 차베스 대통령 자신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암살 음모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두 나라간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팻 로버트슨(75) 전도사는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 본부에서 TV 프로그램 ‘700 클럽’을 생방송으로 진행하던 도중 “우리는 차베스를 제거할 능력이 있으며 그런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며 미국 정부가 차베스를 암살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차베스가 “공산주의자 침투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난폭한 독재자 한 명을 제거하기 위해 2,000억 달러가 드는 전쟁을 할 필요가 없으며 몇몇 비밀 요원들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주장했다.
로버트슨 전도사는 미국기독교연합(CCA) 설립자로 대표적 기독교 보수파로 알려져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1988년에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날 발언이 알려지자 호세 비센테 랑겔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즉각 “테러리스트나 하는 발언”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그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테러리즘 반대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그 국가의 한 복판에서 이 같은 발언이 횡행한다는 것은 엄청난 위선”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로버트슨의 발언은 부적절한 것”이라며 즉각 진화에 나섰다.
차베스는 부시 행정부에게 눈엣가시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 5대 석유 수출국이라는 강점을 이용해 대미국 석유 수출 중단을 선언하고, 반미 성향의 남미 공동체 창설을 주도하기 위해 이달 초 남미 3개국을 순방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쿠바 방문에서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짐짓 형제애를 과시하고 있는 것도 탐탁치 않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은 최근 좌파 세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볼리비아 정국의 배후에 차베스가 있을 것으로 보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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