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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프레레 경질/ "월드컵 갔다가 그냥올래?" 여론에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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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프레레 경질/ "월드컵 갔다가 그냥올래?" 여론에 항복

입력
200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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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지만 시간을 더 달라.”(21일 프로축구 올스타전이 열린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현재의 여건하에서는 감독직을 수행하기 어렵다.”(22일 축구협회에 전화 통보한 내용)

요하네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이 하루만에 자신의 입장을 180도 바꿔 물러났다. 대한축구협회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23일 “본프레레 감독이 전날 저녁 전화 통화를 통해 협회에 사퇴의사를 통보해와 이를 수용했다”고 말해 경질이 아닌 자진 사퇴임을 강조했다. 본프레레 감독도 이날 사퇴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퇴진 압력은 없었고, 사우디 아라비아전 이후에 그만둘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과거의 전례를 보나, 최근의 정황에 비춰볼 때 경질임이 분명하다. 전임 코엘류 감독을 퇴진시킬 때도 축구협회는 자진 사퇴의 형식을 취했다. 이번에도 협회는 현 체제로는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감독에 대한 경질의사를 굳히고 후임자 물색작업을 물밑에서 진행해 왔다.

물론 그 동안 고민도 적지 않았다. 일단 월드컵 본선 6회 연속 진출이라는 나름의 업적을 남긴 감독을 자르는 것도 부담이었다. “현실적 대안이 없다”거나 “독일월드컵까지는 10개월 밖에 남지 않아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그러나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거듭된 졸전 끝에 꼴찌를 한데 이어 사우디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패배, 여론이 들끓자 퇴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뚜렷한 전술도, 색깔도 없는 무능한 감독과 함께 본선에 나가 화를 자초하느니 과감하게 새 출발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었다. 기술위원 사이에서는 “국내 감독도 본프레레 감독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날 기술위에서도 본프레레 감독의 사퇴수용에 대해 전혀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후임자를 물색해본 결과 저명한 새 감독을 데려올 수 있다는 자신감도 고려됐다.

하지만 협회의 이번 결정은 도박일수 밖에 없다. 코엘류에 이어 본프레레마저 낙마시킴으로써 두 번이나 헛발질을 거듭한 협회행정의 난맥상은 논외로 치더라도 유럽출신의 명감독을 모셔온다고 반드시 좋은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 축구를 조기에 파악, 선수들을 장악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도 없다. 실제로 다음달 중 새 감독이 오더라도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간은 해외파의 경우 30일 안팎, 국내파의 경우 70~80일 정도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 기간으로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 축구계 인사는 “이제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른 시간내 새판을 짜서 독일월드컵 준비에 올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본프레레 "2002년과 지금의 팀 비교는 불공정"

“2002년과 지금의 팀을 비교해 왔는데 훈련 시간과 지원 등에서 공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기기만을 원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23일 축구협회에서 퇴진 결정이 내려진 뒤 숙소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사퇴 이유에 대해 이같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기술위원회 등 축구협회 관계자로부터 사임 압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퇴 결정을 내린 시기는.

"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후 고민을 시작했고 사우디전에 패한 뒤 결정, 22일 저녁 축구협회에 의사를 전달했다"

-왜 그만두나.

"월드컵 예선 경기는 시험적인 무대였고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시기였지만 훈련시간이 짧았다. 이후 여론 및 언론의 압박도 받는 등 환경이 더 이상 좋지 않았다.”

-퇴진 소감은.

“축구팬과 언론은 2002년과 지금 대표팀을 비교했다. 훈련 시간이나 팀에 대한 지원 등을 봤을 때 그건 공정한 것이 아니다. 그 때 만큼 지원을 하지 않고 그 정도 기대를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1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선수들을 테스트했는데 거의 완성 단계에서 물러나는게 아쉽다.”

-아쉬운 점은.

“항상 강조했듯 시간이 없었다. 사우디전에서처럼 이틀 동안 선수들을 제대로 된 상태로 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틀 간 훈련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은 전세계에 아무도 없다. 2002년을 경험한 나이든 선수들을 뺀 후 K리그에서 잘하는 젊은 선수들을 기용했지만 경험이 아무래도 떨어졌고 긴장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 축구팬이나 협회에 바라는 점은.

“너무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다. 연습할 시간도 보장하지 않으면서 비판만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후임 감독에게 할 말은.

“훈련할 시간을 많이 보장해야 한다. 나는 이제 이 문제에 관여할 뜻이 없다. 당신들이 알아서 할 문제다.”

-한국이 2006독일월드컵에서 거둘 성적은.

“대표팀은 좋아지고 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 훈련을 계속 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것 이라 믿는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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