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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代물림' 국가차원 확인

입력
200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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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학력이 대졸이나 대학원졸 이상인 초ㆍ중ㆍ고생의 학업성취도가 고졸 이하 학력의 부모를 둔 학생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국가차원의 분석결과가 나왔다. 부모 학력과 자녀 성적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대학 및 사설기관의 설문조사 및 연구 결과는 간혹 있었지만 국가기관의 연구를 통해 ‘학력 대물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0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연구분석자료’를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에게 제출했다. 이 자료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1학년 등 3만여명을 표집 조사한 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종 ‘학생 배경변인’을 분석한 것이다.

초등6의 경우 조사대상 교과목인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과목 모두 부모가 고학력일수록 매년 시행되는 학생성취도평가의 점수가 높았다. 영어는 부모 학력이 대학원졸과 대졸인 학생들의 평균점수가 각각 163.6점, 163.04점인데 비해 고졸은 이보다 5점 가까이 낮은 158.93점, 중졸은 8점 이상 벌어진 154.91점으로 조사됐다. 특히 초졸 이하는 152.81점으로 대졸에 비해 무려 10점 이상 차이가 났다. 수학도 학력 세습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졸은 162.92점, 대학원졸은 162.64점이었으나 고졸(159.93점)과 중졸(156.45점) 등 학력 수준이 낮아질수록 점수가 떨어졌다.

중3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학 평균 점수는 대학원졸 264.05점, 대졸 263.79점이었지만 고졸 258.6점, 중졸 256.25점으로 뚝 떨어졌고, 초졸 이하는 254.95점에 그쳤다.

고교생에게는 학력 대물림이 아예 고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고1 수학 평균점수는 대학원졸과 대졸이 각각 365.18점, 363.46점을 기록했지만, 고졸(359.22점) 중졸(356.61점) 초졸 이하(355.49점) 등 학력이 내려갈수록 점수의 곤두박질이 심했다. 부모가 없는 고1의 수학 평균 점수는 대학원졸보다 15점 이상 낮은 350점이었다.

중ㆍ고생은 부모 학력이 4년제 대졸이냐, 2년 전문대졸이냐 여부에 따라서도 성취 수준이 극명하게 갈려 눈길을 끌었다. 중3 과학 과목의 경우 대학원졸(263.3점)과 4년제 대졸(263.07점)은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전문대졸은 261.12점에 그쳤다. 고1도 대학원졸과 4년제 대졸은 각각 364.58점, 363.23점으로 조사됐으나 2년 전문대졸은 360.9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구향 평가연구본부장은 “일각에서 부모가 고학력인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높은 이유를 사교육 투자 등에서 찾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교육에 대한 관심도와 유전적인 요인 등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연구에서 ‘학력 대물림’이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교육 불평등 해소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개혁시민연대 관계자는 “정부 스스로 학력 대물림 존재를 확인한 이상 계층ㆍ지역ㆍ학교 간 학력차이 해소 방안 등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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