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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뤼슈롄(呂秀蓮)대만 부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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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뤼슈롄(呂秀蓮)대만 부총통

입력
200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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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날카로운 직언’으로 유명한 여성 부총통을 가지고 있다. 뤼슈롄(呂秀蓮ㆍ61) 부총통은 아버지나 남편 등 가족의 후광 없이 정치무대에 올라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는 여장부다.

대만 국립대 법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민당 통치아래 민주화 투쟁으로 5년 이상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대만 역사상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2000년 총통선거에서 첸수이볜(陳水扁)의 러닝메이트로 부총통에 출마하여 당선했으며, 2004년 재선했다.

지난 5년간 그는 ‘조용한 2인자’로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약하면서 2008년 총통선거에 나설 유력한 후보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뤼슈롄 부총통을 만나 대만의 꿈과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해 들어보았다.

- 대만의 정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여성 정치인들이 대만의 정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이제 대만의 정치에서는 여성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 현재 여성 입법위원(국회의원)은 50명으로 전체의 22%인데, 지난 95년엔 14%에 불과했다.

그 동안 각 분야에서 중남경녀(重男輕女)사상이 많이 바뀌고, 여성의 정계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여당인 민진당은 입법위원 공천에서 여성이 최소한 25%가 돼야 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다음 입법위원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바뀌어 여성 진출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정당당선자(비례대표)의 50%를 여성에 할당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장관급에 있는 여성은 부총통인 나를 포함하여 8명으로 전체의 30%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들이 정치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화 지향적이고, 비폭력적이고,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소프트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드럽지만 강한 힘으로 정치를 바꾸고 나아가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키고 여자들은 전쟁의 뒷바라지만 해 왔는데, 앞으로는 여성들이 적극적인 피스 메이커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대만에서는 성범죄 방지법, 가정폭력 방지법, 양성평등 교육법, 양성노동 평등법 등이 제정되고 여성과 아동의 권익보호를 담당하는 각종 위원회들이 설치되었는데, 여성 정치인들이 큰 역할을 했다.

여성의원들은 남성의원에 비해 관심분야가 다양하고 지역구 활동에 적극적이고 전문지식이 많은 편이어서 매년 언론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대만과 중국의 양안관계에서 당신은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다. 대만의 독립을 추진하기 위해 국호와 국기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양안관계를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중국은 패권주의적 시각에서, 또는 전통적인 남성주의적 시각에서 군신(君臣)관계나 부자(父子)관계로 대만을 보고 있는데 이것을 시정해야 한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후 중국과 대만은 서로 왕래가 없었고, 각자 독립을 추구해 왔다.

승인과 불승인은 한나라의 주권이나 발전에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대만은 지난 반세기동안 실질적인 독립국가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패권주의를 의식해 대만을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첸총통은 지난 2000년부터 중국에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제안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총통의 제안을 무시하고 야당 지도자 렌잔을 초청해 국가원수 이상의 예우를 하는 등 대만을 분열시키려는 악의를 드러내고 있다. 국기와 국호를 바꾸는 문제는 이등휘 총통 시절부터 논의해 온 문제로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한국과 대만은 드라마틱한 민주화 과정을 거쳤다.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당신은 이제 권력의 핵심에서 대만을 이끌고 있다. 지난 5년간 대만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한국과 대만의 민주화를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 첸총통과 노무현 대통령은 둘 다 변호사 출신이고, 과거의 지도자들보다 젊고, 투쟁경력도 비슷해서 더 친밀감을 갖게 된다.

국민당 정권의 계엄령아래 감옥에 갇혔을 때 나는 앞날이 까마득하고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대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곤 했다.

그때 내가 스스로 다짐한 것은 대만의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 정치를 한다면 청렴하고 전문적이고 근면하게 일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5년간 그 다짐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대만 정치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반세기에 걸쳐 대만을 통치했던 국민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경제발전의 기반을 마련한 것과 반공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대만을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한 것, 불공평한 정책으로 사회정의를 세우지 못한 것 등은 잘못이다.

조세정책에도 문제가 있었고, 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공무원에게 특별이자 혜택을 주는 등 불공평한 정책이 많았다. 이런 문제의 정책들 중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있다.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갖지 못한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만은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 당신은 어떤 대만을 꿈꾸는가.

”비록 작지만 세계에서 보물섬의 역할을 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인문(人文)을 더 발전시켜 세계와 공유하고, 대만이 가진 하이테크도 세계와 나누고 싶다.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대만이 되고 싶다”

-당신은 가족의 후광 없이 정치지도자가 된 아시아의 첫 여성이다. 2008년 총통에 도전할 생각인가.

”나는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어린 시절 나는 가난 속에서 자랐고, 남의 집에 양녀로 보내질까 봐 항상 두려워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내가 할 일은 2008년 5월까지 첸총통을 열심히 보좌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다”

타이페이에서 장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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