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홍모(64ㆍ구속)씨의 전방위 로비의혹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숫자로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면서 당초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이 본보를 통해 처음 보도된 18일 수사 주체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건 연루자를 검찰 4명, 경찰 6명, 방송사 7명을 포함해 총 35명으로 잠정 발표했다. 홍씨 일기장에 검찰과 경찰 1명씩이 ‘이국장’ ‘김○○’으로만 기재돼 있어 신원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외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다음날인 19일 저녁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광역수사대장 강모 경정이 홍씨에게서 꿀 한 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울청 강력계장으로 인사조치했다. 경찰이 그때까지 발표하지 않은 강 경정의 금품수수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이로써 경찰관은 7명이 됐고 총 관련자는 36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당시 경찰이 이미 경찰관에 대한 확인을 마치고도 이를 숨기고 있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홍씨의 일기장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경찰은 인사조치보다 훨씬 앞서 신원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미 강 경정의 신원은 확인됐지만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당사자가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의 파장을 고려해 경찰 수뇌부에서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며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수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경질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경찰의 ‘눈가리고 아웅식’의 행태가 절정에 달한 것은 22일. 경찰은 관련된 경찰관이 더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자 급하게 “추가로 5~6명이 홍씨로부터 선물 등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때 이미 경찰은 경찰청과 검찰에 “앞서 나온 7명 외에 홍씨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이 8명 더 있다”고 보고한 상태였다. 경찰은 결국 23일 경찰관 8명이 추가돼 총 15명이며 검찰 MBC 등을 모두 합쳐 44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경찰의 잦은 말바꿈은 검찰과 경찰 모두 연루된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검찰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이 검찰(전ㆍ현직 포함해 5명)의 3배인 15명이나 연루됐다는 사실을 선뜻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경찰은 검사까지 수사하겠다고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추가로 드러난 경찰관들의 경우에는 금품수수 액수가 100만원 미만인데다 단순 인사치레 수준이어서 구체적인 혐의 확인을 위해 처음에 제외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한점 의혹 없는 수사를 위해 이들까지 밝히게 됐다”고 해명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