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3위 경제 대국인 일본과 독일에서 내달 11일과 18일 나란히 총선이 치러진다. 일본에선 개혁이, 독일은 변화가 선거의 화두다. 두 나라에서 모두 보수당이 변화와 개혁의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일본에선 집권 자민당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39년만의 정권교체가 확실시되는 독일에선 기민당 알겔라 메르켈 당수의 집권이 관심사다.
● 내달 11일로 예정된 일본 총선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승리로 굳어지는 듯하다. 23일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 내각 지지도는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우정민영화에 반대표를 던진 자민당 반대세력의 신당결성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여론은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을 내세운 야당공격,'자객공천'을 통한 신선한 인물 등용에 감전된 듯한 모습이다. 이른바 고이즈미의 '실험정치'가 통한 셈이다.
반대파 신당 효과 '찻잔속 태풍'
개혁-반개혁 전략으로 판세 장악
그의 반대파나 야당은 공포정치, 강권정치라고 비난하지만 묘안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22일'내년 9월 퇴진'을 전격 발표, 장기집권설을 뒤집고 내부 결속을 꾀하는 등 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고이즈미류'정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선거전략과 유사한 면이 있다.
부시 진영은 작년 대선에서 갈등봉합이 아닌 편가르기 전략으로 팽팽하던 판세를 장악했다. 마찬가지로 고이즈미 총리는 반대파를 반개혁으로 몰아, 유권자들에게 개혁-반개혁, 나아가 선-악이란 이분법적 판단을 강요하고 있다.
각 당의 정책공약은 큰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의회해산과 총선의 빌미가 된 우정개혁조차 관심권에서 밀려나 있다. 정치권의 관심도 '자민+공명당'연립정권의 과반수 승리 여부와 그에 따른 이해득실, 새 판짜기에 가 있다. 얼마전까지 주된 담론이던 연립정권 붕괴에 따른 이합집산, 야당 민주당의 정권획득 등의 시나리오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번 정치실험은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파벌간 분배, 개인과 지역적 유대 등에 좌우되던 일본정치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 독일 총선의 핵심은 경제 회생 여부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내년으로 예정됐던 총선을 앞당겨 승부수를 띄운 것도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로 나빠질 대로 나빠진 민심을 돌려 보겠다는 뜻이다.
앙겔라 메르켈 당수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과 기독교사회당(CDUㆍCSU)연합은 변화를 외치며 부가가치세 2% 인상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기민당 지지율 상승세 '주춤' 불구
슈뢰더 경제 해법도 신통치 않아
봉급 생활자 사이에서 ‘기민ㆍ기사련은 친 기업적’이라는 실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드문트 스토이버 기사련 당수가 “옛 동독 주민들이 선거에 너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발언, 동독 출신인 메르켈 당수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돌아서고 있다. 압승을 꿈꾸던 기민ㆍ기사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이기는 하지만 42%에 그친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슈뢰더 총리나 여당 사회민주당(SPD)의 경제 해법도 신통치 않다. 연금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센데도 슈뢰더 총리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계속 가겠다’는 자세다.
앞서의 여론조사에서 기민ㆍ기사련, 사민당(27%)에 이어 사민당 탈당세력과 옛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PSD)의 연합체인 신 좌파연합이 3위(12%)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총선 전망은 보다 불투명해졌다.
기민ㆍ기사련은 뒤늦게 자민당과 손잡겠다지만 이들의‘흑ㆍ황’연정은 과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선거 후 사민당과 기민ㆍ기사련의 ‘흑ㆍ적 대연정’가능성이 나오는 등 연정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부동층이 48%에 이르는 만큼 다음달 4일 슈뢰더와 메르켈의 TV토론이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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