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은 “부동산 값은 잡지 못하고, 중산ㆍ서민층에서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세입과 세출 측면에서 동시 작전을 펴고 있다. 즉, 종합대책에 따른 중산ㆍ서민층의 세금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것, 또 투기세력에게서 거둔 세금을 낙후 지역 개발에 투자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종합대책에 포함될 세제 대책의 주 타깃을 양도세는 1가구 3주택자, 보유세는 기준시가 6억원 이상의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에 국한시키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시기를 당초 2007년에서 6개월~1년 가량 연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세대별로 합산했을 경우 기준시가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보유세 상승 제한 폭 50%를 유지키로 한 것은 중산층의 조세저항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0.2~0.3%포인트로 예상됐던 거래세율 인하 폭을 0.5%포인트까지 확대하려는 것도 부동산 종합대책이 중산ㆍ서민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적극적인 표시다. 안병엽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장이 “종부세 과세 기준(기준시가)을 6억원으로 낮추더라도 대략 시가 8억원 이하의 주택 소유자는 보유세 급등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추가 징수된 양도세를 낙후지역에 투자하겠다는 것을 정부가 강조하는 것은 이번 대책의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양도세가 중과되는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 내 투기지역”이라며 “중과된 양도세를 균형발전특별회계에 넣으면 국토균형 발전차원에서 열악한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중과세를 한다는 당위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양도세를 수도권 이외의 지방개발사업에 쓰겠다고 밝히면,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는 것에 대한 일부 지역과 다주택자들의 반발이 국토균형개발이라는 명분에 가려 힘을 잃을 것이라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종합대책이 서민ㆍ중산층에 부담을 주지 않고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거래세율이 내리더라도 부동산 중개업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실거래가에 따라 등록ㆍ취득세를 낼 경우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산세율에 대한 과표 현실화 작업이 매년 이뤄지기 때문에 서민ㆍ중산층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연평균 10~20% 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왜곡된 보유세 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서민들의 재산세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과표 현실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가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득이 없는 고령층에 대한 종부세 감면 등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종합대책이 발표된 뒤에도 서울 강남 등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강북과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만 떨어지는 경우다. 정부 관계자는 “나름대로 시뮬레이션 작업을 반복하고 있으나, 정부 대책으로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중산ㆍ서민층을 위한 보완대책 마련에 나서기는 했으나, 정부 장담대로 투기세력만 피해를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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