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축구 이야기를 하면서 “색깔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 곡선이 주춤하기 시작한 정보기술(IT) 수출도 축구와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시절의 우리 축구는 감독의 지혜가 돋보이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선수 개개인의 강인한 체력과 조직력, 정신력까지 다른 나라가 흉내내기 어려운 우리만의 색깔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자산이 흔들리자 우리만의 축구, 그 자체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IT 수출도 마찬가지다. IT 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우리는 그동안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IT 제조업의 경우, 수많은 경쟁 업체의 등장과 함께 가격으로 치고 나오는 중국의 부상, 오일과 환율 쇼크까지 겹쳐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형국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만의 색깔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선도적인 IT 인프라를 갖춘 강국으로서 호황을 누려왔듯이 말이다. 장기적으로 원천 기술에 치중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남들보다 앞선 서비스와 새로운 요구를 창출하는 신기능 제품 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모두가 휴대폰의 통화 품질에만 매달릴 때 문자,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 신기능 휴대폰으로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주름잡던 시장과 소비자를 우리 쪽으로 움직였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만의 색깔이란 원천기술과 기능, 서비스의 색깔이 아닐까. 이것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난국을 타개할 묘수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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