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에서 29일까지 펼쳐지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세계인의 ‘축제’였다. 생색용으로 몇 나라의 이름을 걸었다는 이유로 ‘인터내셔널’ 칭호를 붙여 외양만 거창하게 포장하는, 그러나 주민들조차도 심드렁해 하는 우리의 일반적 축제문화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56개국 1,830편의 작품이 참여한 대형 행사라서도, 또 공연물들의 작품성이 유독 뛰어나서도 아니다. 더욱이 이 많은 작품들을 수용할 만큼 대단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옛 의회 건물과 차고 등을 개조한 공연장들은 우리와 비교해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에든버러 축제의 매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 40여만 명이 온 도시를 누비며 주민과 한 마음이 돼 축제를 축제답게 즐기는데 있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날아온 고등학생서부터 런던에서 가족과 함께 에든버러를 찾은 40대 가장에 이르기까지 관광객들은 1,300년 고도(古都)의 향취를 음미하며 ‘프린지’의 실험정신을 만끽한다. 반세기 넘게 축제를 가꿔온 주민들은 모두가 행사 주최 당사자와 같은 태도로 이들을 맞고 배려한다.
페스티벌 주최측은 시(市)로부터 예산의 단 2%만 지원 받는다. 시가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싶어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 해 7,500만 파운드(약 1,425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시와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홍보용으로, 또는 단체장 등의 업적과시용으로 급조돼 예산 관련 잡음이나 일으키고, 단기 차익에나 급급한 국내 태반의 축제들과는 애당초 비교대상이 아니다.
모름지기 진짜 축제란 모든 주민들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여가 전제돼야 함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보여주고 있다.
라제기 문화부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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