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브로커 전방위 로비의혹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홍모(64ㆍ구속)씨의 구체적인 행태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홍씨는 아들의 군대 보직 결정이나 수출입 절차, 공항 출입, 대출, 방송 보도 등 온갖 부문에서 크고 작은 청탁을 해 “모든 일은 돈으로 통한다”는 신조를 지켜온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육군에 따르면 브로커 홍씨는 2003년 육군 모 부대 신병교육대 대대장인 A 중령에게 아들을 잘 돌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만원과 양주, 장뇌삼 등을 줬다. 군 검찰은 경찰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A 중령을 불구속 입건한 데 이어 곧 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또 2004년 아들이 배치받은 모 부대 통신대대장 B 중령에게도 “보직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택배로 골프채를 전달했다. 홍씨는 B 중령이 수령을 거부하자 직접 만나 100만원을 줬다. B 중령은 이 돈으로 부대 내무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것으로 밝혀져 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홍씨는 네팔의 인력송출업자 C씨로부터 국내 인력송출업체로 선정되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MBC에 C씨 경쟁업체의 비리를 제보했다. MBC는 C씨 경업체의 비리와 관련된 고발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 과정에서 금품과 향응을 줬으나 당사자들은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세관 세무서 등도 홍씨의 표적이 됐다. 홍씨는 자연산 꿀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 달라는 명목으로 식약청 직원에게 금품을 주는가 하면 세관 직원에게는 “고위층처럼 보이도록 공항에서 안내를 해 달라”며 돈을 줬다. 홍씨는 세무서 직원에게도 “아는 업체의 세금 문제를 잘 봐 달라”며 금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지점장 등 금융권 인사들에게도 부정대출 청탁과 함께 돈을 줬다.
이 외에 아직 구체적인 청탁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고검 부장검사 등 검찰 관계자들 역시 홍씨의 로비 대상에 들어갔고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경우도 총경급 간부 등 상당수가 홍씨와 친분을 유지하며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 정치권에 대해서도 인사 방문 등을 이유로 돈과 선물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전북 출신인 홍씨는 1990년대 부산에서 건축업을 했으며 당시 범죄예방위원회 등 각종 지역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경찰 및 검찰 간부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검거 당시 함께 있었던 전직 총경 김모씨를 통해 학교 후배인 현 지방지청 부장검사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는 일기장에 이 부장검사에게도 금품을 줬다고 적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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