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대법원장 교체에 이어 10월 초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 3명의 후임 선정이 일정상 한 달 가량 미뤄질 수 밖에 없어 대법원 재판에 차질이 우려된다. 장관급인 대법관이 여러 명 공석 상태가 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14명의 현 대법관 가운데 다음달 24일 최종영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데 이어 10월 10일에는 유지담, 윤재식, 이용우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려면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원활한 교체를 위해서는 퇴임일 전에 후임자를 확정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새 대법원장이 취임해 보름 남짓 안에 절차를 마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2000년부터 대법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명문화된데다 지난해 김영란 대법관 임명 때부터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의 제청에 앞서 법원 내ㆍ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제청자문위가 각계의 공개 추천을 토대로 후보군을 거르도록 했다.
올해와 똑같이 3명이 동시 퇴임했으나 청문회 등이 없던 99년에는 최 대법원장이 출근 첫날인 9월27일 후보를 제청해 6일 만인 10월2일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법원측은 빨라야 10월 말~11월 초에나 대법관 인선 절차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재판업무를 맡는 대법관 12명 가운데 3명이 길게는 한 달 가량 자리를 비우는 것이다.
대법원측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소부(小部)’를 3명으로 조정해 운영할 계획이지만, 퇴임자 3명이 주심을 맡은 사건은 심리와 선고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정상 불가피한 공백이 예상되지만 조정을 통해 재판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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