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문제에 대해 “수사권 조정이 아니라 ‘수사 구조의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허 청장은 “수사권 문제는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이 ‘더 줄래, 덜 줄래’ 하는 식의 거래가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해 마땅히 바꿔야 하는 일이므로 수사 구조의 개혁이 맞는 표현”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허 청장의 발언은 지난달초 “검ㆍ경은 수사권 얘기를 하지 말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 이후 두 달 만의 언급이다. 당시 허 청장은 “경찰에겐 묵비권 밖에 없다”며 침묵선언을 했다.
허 청장은 또 최근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인권침해 우려” 등을 담은 홍보책자를 배포하자 “대통령 지시를 거부한 파울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파울을 한다고 우리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께서 ‘가만히 있으라’고 할 때는 깊은 뜻이 있는 만큼 일단 처분을 기다린 뒤 입법 과정에서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에도 쓴 소리를 했다. 허 청장은 “기득권에 대한 집착, 시대에 역행하는 논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변협은 얼마 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냈다.
그는 “변호사 단체가 편파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형사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는 검찰과 ‘동업자’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민감한 사안인 만큼 ‘견해를 밝힐 입장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 현명한데 왜 가만히 있는 우리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허 청장은 전방위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경찰 관계자들에 대해선 “대가성도 없고 액수도 적지만 지휘관이 관련된 만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민감사위원회(위원장 함세웅 신부)를 소집해 자문을 구한 뒤 위원회가 결정한 것보다 더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검사와 검찰 직원들에 대해선 “현직 검사의 조사문제에 대해 곧 검찰에서 연락이 올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검사 소환문제처럼 애매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구조의 개혁이 필수”라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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