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이제 기발한 구상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일을 벌이기 보다는 국정 각 분야의 마무리 작업에 진력해야 한다. 25일이면 임기의 후반이 시작되지만 대통령제의 특성 상 임기 말에 접어들어 실제로 힘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 정권의 추동력은 임기 전반부와 달리 갈수록 약화할 것이고, 집권 업적에 대한 평가는 더욱 냉정해지기 마련이다.
청와대 등 집권세력은 그 동안 업적에 대한 시중의 평가가 냉혹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구체적 사건들을 새삼 열거할 것도 없이 지난 2년 반 사이 나라가 들썩거리고 국론이 나뉘어 격렬한 논쟁을 벌였지만 민생은 더 고달프고 경제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어려울수록 긴요한 것은 통합과 합심의 에너지일 테지만 분열의 깊은 골은 성장과 진로의 심각한 저해 요인이 돼 있다.
원인은 노 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나름대로의 의욕과 선의를 내세우고 싶다 해도 정권의 책임은 종합 성적표로 따지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20%대이고, 국민이 원하는 국정 우선순위가 집권 세력의 그것과 다른 현상이 지속된다면 성공한 국정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여전히 과거사에 대한 소모적 집착을 떨치지 않고, 청와대는 ‘장기적 구조적’ 국정 접근방식을 고수, 강조하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은 남은 임기 국정 운영방식 역시 불안한 예감을 갖게 된다.
지금이라도 철저하게 실용적인 정책 노선을 천명하고 안정적 국정을 우선시하겠다는 다짐을 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혜택은 골고루 돌아가야 하고, 정치적 경쟁도 피부에 닿는 내용과 방법이라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연정 같은 구상이 왜 대다수 국민에게 외면당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일하는 대통령’이라면 국민도 협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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