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패션모델’ 강수연(29ㆍ삼성전자)이 마침내 ‘코리안 V’ 행진에 합류했다. 너무나 뒤늦은 감격이었다. 2001년 미국 그린을 밟은 뒤 5년만이다. 하지만 강수연은 빅스타인 박세리(CJ)와 박지은(나이키골프)에 결코 뒤지지 않은 최고의 선수였다.
전문가들로부터 뛰어난 손 감각을 타고나 임팩트나 볼 터치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74㎝에 미모를 겸비한 그는 별명답게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끼를 숨기지 못해 골프에 전념하지 못했고, 결국 먼 길을 돌아 늦깎이로 LGPA투어 챔피언에 올랐다.
국내 무대의 강수연은 ‘넘버1’이었다. 서울 세화여중ㆍ고를 졸업하고 경희대에 진학(2학년 휴학중)한 강수연은 국가대표 시절이던 1996년 당시 LPGA무대를 호령하던 카리 웹(호주)을 제치고 로즈오픈 우승을 차지, 대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그는 3년 연속 최저타수 1위(2000~2002년)와 상금왕(2001,02년)을 거머쥐며 1인자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뒤늦게 건너간 미국 무대는 설움과 아픔의 시절이었다. 2000년 퀄리파이닝(Q)스쿨에서 공동49위로 조건부 출전권을 받아 이듬해 3개 대회에 출전해 겨우 3,776달러를 벌어들였다.
결국 2001년 눈물을 삼키며 미국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국내로 컴백한 강수연은 2001년 3승, 2002년 2승을 거둔 뒤 다시 한번 LPGA투어에 도전장을 냈고, Q스쿨 7위로 당당히 전경기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그린은 강수연에게 열리지 않았다. 2003년 단 한차례의 준우승을 차지했을 뿐 언제나 후배들의 우승 파티의 들러리였다. 설상가상으로 어깨 통증으로 경기를 기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주변에선 ‘국내로 돌아오라’는 권유도 잇따랐다.
그럴수록 오기가 더 났다. 우승 한번 없이 또다시 미국 생활을 접는 것은 자존심이 강한 강수연으로선 죽기보다 싫었다. 결국 퍼트를 다시 잡았고 남몰래 죽어라 연습에 매달렸다. 강수연은 이날 그 보답을 받았다.
팬들의 환호와 함께 시원한 우승 샴페인 세례로…. 강수연은 “부모님이 여기 오셨어야 했는데, 그 동안 계속 저를 따라다니셨는데 정작 우승할 때는 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 5m 내리막 버디퍼트로 장정 따돌려
LPGA 투어 세이프웨이클래식 최종 라운드가 벌어진 22일(한국시각)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콜럼비아 에지워터골프장(파72) 18번홀. 뒤쫓아 온 2위 장정에 4타차로 앞서 있는 여유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컵을 거머진 강수연은 주먹을 쥐어 흔들며 우승을 자축하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필드의 패션모델’ 강수연(삼성전자)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발을 디딘 지 5년 만에 마침내 감격의 첫 우승을 따냈다. 대회 첫날부터 줄곧 선두자리를 지켜온 강수연은 이날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3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강수연은 페어웨이 모양이나 그린 컨디션, 코스의 배치가 모두 좋았다는 전반 9개홀에서 이날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라운드에서만 보기1개에 버디를 4개나 수확하며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우승에는 행운도 따랐다. 강수연은 장정에게 2타차로 쫓기던 12번홀(파5)에서 티샷이 나무에 맞고 페어웨이에 떨어진 덕분에 버디까지 잡았다. 강수연은 세번째샷을 그린에 안착시킨 뒤 5m가 넘는 내리막 버디 퍼트를 꽂아넣어 기세를 올리며 쫓아 오던 장정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장정은 강수연이 3타차로 달아나자 14번홀(파4)과 17번홀(파4)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전날 7명의 한국 선수가 1위에서 공동6위까지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 ‘한국 잔치’를 예고했던 대회는 1∼5위를 강수연, 장정, 박희정(CJ), 김주미(하이마트), 임성아(MU)가 차례로 차지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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