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이삼십년 차이지만, 확실히 그 때보다 우리나라가 더워진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30년 전 중고등학교 시절,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은 8월 15일면 폐장을 했다.
물론 8월 15일 이후에도 바다를 찾는 손님이 있긴 했지만, 또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했지만 물이 차가워 선뜻 몸을 담글 수가 없었다. 아직 여름 한중간이지만 바닷물만은 8월 15일을 기점으로 그 속에 얼음을 섞은 듯 이미 차가울 대로 차가워져 살갗에 소름이 돋고 이가 덜덜 마주쳤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동해안의 해수욕장 폐장일이 점점 뒤로 늦추어졌다. 8월 20일쯤 바다를 가도 충분히 몸을 담글만해졌다. 전체적으로 바닷물이 덥혀진 것이다. 예전엔 동해안 고기와 서해안 고기가 따로 있었는데, 지금은 서해에서도 오징어가 잡히고, 남방의 열대어가 동해에서 잡히기도 한다.
한여름 바짝 더울 때 보면 어느 결에 우리나라가 완전하게 아열대 국가로 진입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입추 지나고 말복 지난 다음, 하루 하루 다르게 불어 오는 바람의 힘은 어쩔 수 없다. 옛날 어른들은 그것을 ‘절기의 힘’이라고 했다. 세상 없는 햇볕도 절기의 힘은 이길 수가 없다.
저만치 가을이 오고 있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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