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안기부 불법 도청 ‘X파일’에 등장하는 ‘삼성 떡값’ 수수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데 대해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전ㆍ현직 검찰 간부인 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발끈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처벌이 쉽지 만은 않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18일 ‘X파일’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거명된 검사들의 실명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밝힌 뒤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개인 홈페이지에도 실었다. 노 의원의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통신비밀보호법 16조는 도청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떡값 수수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경우는 물론, 설령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307조는 허위사실 뿐 아니라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돼 있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만, 검사를 그만둔 사람의 과거 행위를 들춰낸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해당하는지 여부.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 의원의 국회 발언이 면책특권 범위에 해당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 1987년 대법원 판례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까지 폭넓게 면책특권을 인정했다. 검찰도 97년 ‘부산 건설업체 자금의 국민신당 유입설’을 자료로 배포한 추미애 당시 국민회의 의원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다만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행위는 면책특권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은 국회 발언과 표결로 볼 수 없을 뿐더러 의원의 직무로 보기 어려운 만큼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판례가 없는 데다 홈페이지 게재 내용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린 수준이어서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와 관련, 이번 불법 도청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황교안 2차장검사는 “수사 당사자로서 법률적 견해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수사권 조정 등을 놓고 검찰과 대립하고 있는 경찰에 이들 7명을 수사하라는 고발장까지 제출해 놓아 검찰의 ‘속앓이’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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