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50) 현대그룹 회장이 취임 2년도 안돼 친정 체제를 구축하며 평범한 주부에서 파워 있는 대기업 총수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2003년 8월 남편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그 해 10월 그룹 회장에 취임한 현 회장은 KCC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모든 계열사를 흑자로 돌려놓으며 내실 있는 성장을 일궈냈다. 최근에는 주력 사업인 대북사업까지 직접 총괄하고 나섰다. “기업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주부가 각종 현안이 산적한 현대그룹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라는 취임 당시 재계 안팎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한 것이다.
현 회장의 이 같은 성공은 동정적인 여론의 힘과 전반적인 국내 경영여건이 좋아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경영방식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현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한마디로 전문경영인 책임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전권을 준 뒤 시시콜콜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계열사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이 같은 책임경영으로 현대그룹은 지난해 매출 6조6,516억원, 순이익 5,78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지난해 전년보다 무려 95.5% 증가한 5,6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고유가와 환율하락, 해운경기 조정기 등의 악재가 겹친 올 상반기에도 순이익은 오히려 35.9%나 늘어났다. 적자에 허덕이던 금강산 관광사업도 6월 관광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26일부터 개성시범관광이 시작되고 백두산 관광이 본격화하면 현대아산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2010년 현대그룹 전체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재계 10위 권에 진입, 과거 현대그룹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 회장 앞에 탄탄대로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우 최근 북유럽계 투자사인 게버런 트레이딩이 지분율을 13.57%까지 높여 2대 주주가 되면서 인수ㆍ합병(M&A)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주회사로 한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 방식이어서 제2, 제3의 경영권 분쟁이 일 소지도 크다. 대북사업도 남북 관계 등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 백두산 관광의 경우 중국의 관광사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현대그룹이 과거 영광을 재현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기 위해선 현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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