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수거함을 뒤져 헌 옷을 주워 입는 억척스러운 아내, 맹순이(최진실)는 결혼기념일에 바람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 받는다.
어이없는 이혼 뒤에는 암 선고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가출한 어머니를 대신해 키운 동생 영이(이태란)가 유부남과의 금지된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가난한 집의 장녀로 다섯 살 어린 남편에게 시집와서는 독한 시어머니의 구박을 견뎌야 했던 한 여자의 기막힌 인생이다.
24일부터 방영하는 KBS 2TV ‘장밋빛 인생’은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나 아침드라마처럼 불륜을 소재로 삼은 또 한편의 아줌마 드라마다. 못된 남편 반성해(손현주)와 젊은 여성을 대변하는 영이가 보여주는 위태로운 사랑놀이는 이 작품이 ‘과연 전 연령층이 고르게 시청하는 공영방송의 수목 드라마로 적절한가’란 의구심을 품게 한다.
게다가 줄거리는 드라마 ‘로즈마리’와 ‘두 번째 프러포즈’를 섞어 놓은 듯하고 이야기 구조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애정의 조건’을 빼다 박았다.
문영남 작가_김종창 PD 콤비는 혼전동거를 한 동생 은파와 남편의 바람에 맞바람으로 대응한 금파의 이야기를 다룬 ‘애정의 조건’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두 자매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했다.
‘애정의 조건’에서 주인공들에게 ‘진정한’ ‘전성기’같은 역설적이고 코믹한 이름을 붙였던 문 작가는 이 작품에서 ‘맹순이’ ‘반성해’ ‘반성문’ ‘오미자’ 같은 비현실적 이름들을 또다시 사용한다.
어떻든 ‘장밋빛 인생’의 성공은 1년2개월 만에 컴백하는 맹순역의 최진실이 그간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을 지에 달려있다. 최진실은 가난한 집의 장녀로서 이혼까지 하는 등 자신의 삶과 닮은 역에 대해 “처음 시놉시스를 보면서 많이 갈등 했다”고 털어놓았다.
MBC와의 전속 계약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KBS 드라마의 출연을 강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그녀의 소감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개운치 않은 상황에서 출연하지만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눈물 나도록 기뻐요. 그래서 잠잘 때도 대본을 안고 잘 정도로 작품에 푹 빠져 있어요.”
한때 채시라 유호정 오연수 신애라 등 또래 배우들보다 앞서 ‘장미와 콩나물’ ‘그대 그리고 나’ 등의 작품을 통해 성공한 30대 여배우로 자리잡았던 최진실. 과연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장밋빛 인생을 열 수 있을까?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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