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불황의 상징이었던 이른바 ‘100엔숍’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들어서면서 불황 시대의 세태도 빠른 속도로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일본에서 문을 닫는 ‘100엔숍’이 늘어나고 있고, 일부 ‘100엔숍’은 소비 회복에 힘입어 고가제품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00엔숍’은 말 그대로 모든 상품의 가격이 100엔(한화 약 1,000원 상당)인 할인점. 일본이 자산거품 붕괴와 함께 장기불황에 빠지기 시작한 1990년대 초 탄생했다.
1998년에는 ‘100엔숍’ 붐까지 불었고, 최근에는 ‘99엔숍’까지 등장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으자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도 한 때 ‘1000원 상점’이나 ‘1달러숍’ 등으로 비슷한 상점이 등장하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100엔숍’의 쇠락 이면에서 확인되고 있는 일본의 경제회복 조짐은 최근 들어 점차 강력해지고 있는 상황. 우선 ‘우정 개혁법안’ 파동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닛케이 지수가 4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주요 투자은행들은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1.9% 성장한 데 이어 올 회계연도에는 2%의 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은 2.5%의 성장률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거품 붕괴 후 최소한 이미 네 차례 일시적인 경기회복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 회복론은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와 함께, 불황을 겪으면서 일본 기업들이 내실을 탄탄하게 닦은 데 기반하고 있는 것이어서 좀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FT는 “‘100엔숍’의 쇠락은 일본 경제 회복을 알리는 사소하지만 즐거운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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