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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학 교육체제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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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학 교육체제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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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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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만한 인재가 없다’ 이는 기업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대학 졸업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도대체 대학에서 4년 동안 학생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길래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는가.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는 본고사 입시나 기여입학제 불가에 있기 보다는 대학교육 자체에 있는 것 같다. 즉 많은 대학들이 힘들게 입학한 학생들을 잘 교육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4년제 대학이 몸집이 커서 그런지 2년제 대학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현실에 적응하는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 즉 학과나 커리큘럼 조정을 통한 새로운 교육체계 정비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다.

대학이라면 당연히 미래사회의 변화를 읽어내고 이에 맞는 새로운 커리큘럼이나 다양한 전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동안 우리 대학들은 광역단위 모집과 학부제, 이중전공과 복수전공 및 연계전공 등을 실시해 왔다. 그런데 이런 제도들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이를 형식적으로 운영해 온 탓에 실제로는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 같다. 학부제에 따른 자율적인 전공 선택과 새로운 전공 트랙 설계 및 커리큘럼 보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학과별 운영이 되고 있는가 하면, 연계 전공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한 학과에서 두 개의 전공을 운영하는 편법도 있다. 학생들은 하기 싫은 전공에 강제로 배정 당하거나, 뒤죽박죽된 커리큘럼 속에서 자신이 무슨 전공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채 4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사회학과 커리큘럼에 사회복지학 전공 과목들을 편법으로 대거 넣어 비전공 교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그 와중에 어떤 교수는 자신의 전공이 다른 것인 양 학생들에게 사기치고, 필수과목을 계절학기에만 개설하여 금전적으로, 육체적으로 학생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아무튼 이렇게 부실하게 교육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커리큘럼과 다양한 전공으로 학생의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히고 교육 수준의 질적 향상을 꾀하던 제도들이 왜곡 당하고 있다. 좋은 제도들의 목적을 왜곡하고 학생 교육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주범은 다름 아닌 대학 교수들이다. 그들은 과거의 학과 틀에 안주하여 퇴색한 자신의 전공과 기득권을 고집하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교수들이다. 겉으로만 변화하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진정한 대학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권도 바뀌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과거의 학제로 돌아가자는 대학 교수들의 움직임도 있다. 구제도의 병폐가 잔존한 것도 아직 치유하지 못했는데 웬 시대착오적인 경거망동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대학의 문제가 학부제의 문제인지 부실 교육의 문제인지를 따져보고 반성해야 한다.

현재 대학가는 전공 및 학교 통폐합 등 구조 조정의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교수들의 반발도 거센 편이다. 구조 조정 때문에 교수의 신분 보장이 위협 받는 것도 아니고 교권이 침해 받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학과 울타리에서 누렸던 수십 년 전의 전공과 기득권을 놓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학생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정한 대학 교육의 혁신에 동참하자는 것이다.

대학이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리드해 가지 못하면 대학의 위상과 기능은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원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 서비스를 하지 않는 대학은 그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지금은 대학 교수들이 대학 구조 조정과 새로운 전공 설계 및 교육 커리큘럼의 혁신에 적극 앞장서야 할 때이다.

현택수 고려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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