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재테크의 시대다. 부를 얻기 위한 실천적 지식을 습득하는 게 더 이상 낯부끄러운 일이 아닌 세상이다. 그러나 사방을 둘러봐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오를 대로 오른 주식과 전세계적으로 거품이 잔뜩 껴 언제 가격이 대폭락할지 위태롭기만 한 부동산, 매력적인 통화가 도무지 없는 외환 시장…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머니 게임’에서 확실하게 돈을 딸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하는 사람이 있다. 69년 27살의 젊은 나이에 조지 소로스와 퀸텀 펀드를 창설해 꼭 11년 만에 1,700만 달러를 거머쥐고 은퇴한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바로 그다.
자본주의자의 세계 여행기를 담은 ‘윌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와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잘 알려진 그의 주장은 종교적 메시지마냥 간단 명료하다. ‘주식 상승세는 이미 끝났다.
앞으로 10년간은 상품시장의 시대가 열린다.’ 10년간 큰 흐름 속에서 계속되어온 주식의 상승세는 한 풀 꺾이고 이 기간 동안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아온 석유 천연가스 구리 설탕 커피 돼지고기 따위 ‘상품’들의 시대가 일대 상승 장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투자가들도 위험성과 전문성은 높은 반면 수익성은 낮아 고개를 내젓는 ‘상품 선물 시장’에 대해 이렇듯 과감한 예언을 하는 근거로 저자는 획기적인 이론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시장의 제1법칙이자 불변의 룰인 수요 공급 이론을 들이민다.
먼저 배럴 당 65달러를 넘어서 저유가 시대의 종말을 알리고 있는 석유를 살펴보자. 35년간 대형 유전이 발견된 적은 없다. 매장량이 무궁무진해 보이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경우도 정치적 혼돈으로 석유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70년대 석유파동을 새까맣게 잊고 저유가 시대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기름 먹는 하마인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너도나도 몰고 다니고, 완벽한 냉난방을 즐기고 있다. 게다가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은 석유를 포함한 온갖 원자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구리나 천연가스 설탕 커피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십 수년간 우리 삶의 근간이 되며 상품의 원료가 되어온 자원과 곡물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했다.
그 결과 자원 개발과 곡물 재배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고 재고량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과 인도로 대표되는 폭발적 경제 성장으로 인해 원자재와 곡물에 대한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났을 때 시장 반응은 뻔하다. 자원과 곡물에 대한 가격 상승이 시작 된다. 그러니 상승기가 오기 전에 미리 상품 시장에 투자해야 할 밖에.
로저스의 이 같은 투자론은 세계 경제 변화의 큰 흐름을 직시하고 있다. 만약 그의 예언이 맞아 떨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고유가 시대의 길고 어두운 터널에 이제 막 진입한 것인지 모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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