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시작된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례 부동산 당정협의가 18일 토지시장 안정대책을 끝으로 마무리되면서 국민들과 부동산시장이 숨죽인 채 기다려온 8월말 부동산종합대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당정은 그동안의 협의에서 도출된 큰 틀을 토대로 실무 보완 작업에 들어서 이 달 31일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한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주택과 토지에 대한 보유ㆍ양도세 강화와 개발이익의 철저한 환수, 공영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와 땅값 안정 유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부분 주택 투기 수요 차단에 집중돼 있지만 일부 제도는 서민ㆍ중산층에 타격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위헌 논란, 조세 저항 등의 심각한 부작용도 예상돼 보완대책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주택 양극화 심화 부채질 가능성
부동산대책 중 가장 파괴력이 큰 카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및 보유세 중과세. 특히 1가구 2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를 최고 60%,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해서는 70%까지 무겁게 물리기로 잠정 합의한 것은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투기를 일삼는 다주택자들에게 ‘세금폭탄’으로 ‘응징’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양도세 60%를 부과할 경우 탄력세율(15%)을 포함해 실제 양도차익의 82.5%가 회수된다.
70%를 물릴 경우에는 최고 93.5%까지 양도차익이 환수되는 셈이다. 중개 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양도차익을 전액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을 주면 투기용으로 산 주택들이 매물로 나와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도 최고 82.5%의 양도세를 내야 하는 3주택자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을지 의문이다. 특히 집값 폭등의 발원지인 서울 강남 주민의 경우 자금 여유가 있는 상태여서 ‘세금으로 내느니 갖고 있겠다’며 버틸 공산이 크다.
따라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은 지방이나 서울 강북 등 저가 주택일 수밖에 없다. 결국 ‘블루칩’인 강남권 매물은 자취를 감춰 더욱 오르게 되고, 지방과 강북 변두리 주택만 폭락해 서민들만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보유세도 함께 높여 다주택 소유자의 부담을 늘려 매도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기의 효과를 거둘 지는 불투명하다.
서민ㆍ중산층 피해 우려
세 부담도 서민층과 중산층에게 더욱 큰 피해를 줄 소지가 있다.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보유ㆍ양도세 강화는 주택 가수요 차단이 주 목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강남권이나 분당 같은 인기 지역보다 지방이나 수도권 변두리에 주택을 보유한 1가구 2주택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강남, 분당 같은 투기지역은 과표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는 반면, 비투기지역은 이보다 낮은 국세청 기준시가를 과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비투기지역도 실거래가로 과세기준이 바뀌게 되는데 이 경우 투기지역보다 지방 같은 비투기지역의 세 부담이 5~6배나 더 늘어나게 된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 대상이 현행 9억원에서 6억원으로(기준시가 기준)으로 낮출 경우 1가구 1주택을 가진 중산층도 상당수 종부세 과세 대상에 들어간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부세 과세기준이 6억원으로 내려가면 과세 대상이 6만8,000가구로 현재(1만7,000가구)보다 3배나 늘어난다.
또 양도ㆍ보유세가 늘어날 경우 이 부담이 현 소유주가 아닌 전세자나 차기 매수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강남에서는 아직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있어 주택 소유자가 세 부담 증가분을 전세 세입자나 매수자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로인해 애매한 서민층과 중산층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
위헌ㆍ조세 저항도 과제
당정은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주택ㆍ토지 소유자들이 배우자나 자녀 소유로 부동산을 포트폴리오(분산투자) 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가구별 합산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구별 합산 과세는 2002년 8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금융소득 부부 합산과세와 별반 다를 게 없어 위헌 소지가 있다. 자칫 위헌 판정을 받을 경우 부동산 정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당정은 현재 시가의 0.15% 수준에 불과한 재산세 실효세율을 당초(2017년)보다 크게 앞당겨 2008년부터 선진국 수준인 1% 정도로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또 재산세 증가 상한선(50%)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부담은 현재보다 3~5배 정도 급증하게 된다. 당연히 지난해의 재산세 조세저항 파동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또 당정이 계획대로 내년부터 기반시설부담금제를 도입하고, 개발부담금제도 부활할 경우 이중 과세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섣부른 대책은 자칫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부동산 시장만 침체시킬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역효과를 낳지 않도록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 세금 얼마나 늘어나나
당정이 8월 부동산종합대책에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제 강화를 통해 시장 안정을 꾀하기로 함에 따라 실제 세부담 증가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정은 또 종합부동산세를 가구별로 합산 과세하고, 세부담 상한선(50%)도 폐지할 방침이어서 내년 세부담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보유세 증가
남편 명의로 서울 강남에 기준시가 8억원(과표 4억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고 부인이 지방에 기준시가 2억원(과표 1억원)짜리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올해 이 가족이 내야 하는 보유세는 재산세 198만원이 전부다.
남편은 3단계(과표 4,000만원까지 0.15%, 1억원까지 0.3%, 1억원 초과 0.5%)의 세율에 따라 재산세 174만원, 부인은 24만원만 내면 된다.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가격이 개별로 9억원인 만큼 이 가정은 종부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가구별 합산 과세될 경우 이 가족이 보유한 주택 기준시가는 10억원이 돼 종부세 과세대상이 된다. 더구나 과세기준도 강화될 예정이라 세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재산세 세율 조정이 없다면 이 부부는 시ㆍ군ㆍ구에 우선 재산세 198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기준시가 6억원(과표 3억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서 약 100만원의 종부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50% 정도 세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토지의 경우도 가구별 합산 과세할 경우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더구나 지난해 0.15% 수준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과표 현실화 등을 통해 2008년까지 2배로 높일 방침이어서 부담액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양도세 증가
현행 9∼36% 수준인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이 최고 50~60%로 올라갈 경우 세부담도 급격히 늘어난다. 예를 들어 2주택자가 투기지역에서 10년간 보유한 5억원짜리 아파트를 7억원에 팔아 2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뒀다고 가정할 경우, 10년 이상 보유에 대한 장기보유 특별공제율 30%(6,000만원)를 빼면 과세표준은 1억4,000만원(2억-6,000만원)이다. 여기에 현행 양도세율(9∼36%)을 누진 적용하면 올해 내야 하는 세금은 3,870만원(주민세 10% 제외)에 달한다.
그러나 소득세법을 바꿔 양도세율을 단일 세율로 60%를 적용할 경우 내야 할 세금은 8,400만원(1억4,000만원x 0.6)으로 무려 117%(4,530만원)나 증가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2주택 중과세가 60% 단일세율이 아니라 누진세율의 최고 세율인 36%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라면 세부담 증가 폭은 약간 줄어든다. 하지만 투기지역에 대해 부과하는 탄력세율 15%를 추가할 경우 세금은 더욱 늘어난다.
송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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