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에 청와대를 떠나는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19일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년 6개월의 재임시절 보람과 고뇌를 털어놓았다.
김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장점이 참 많더라”며 말문을 연 뒤 “노 대통령과 얘기하면서 얼굴을 붉힌 적도 두세 차례 있긴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나는 직설적으로 얘기해야 했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비서실장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얼굴을 붉힌 것”이라면서도 무엇 때문에 얼굴을 붉혔는지는 밝히지않았다. 주변에서는 참여정부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으로 추측했다.
김 실장은 “보수 인사들로부터 ‘참여정부는 친북ㆍ좌경ㆍ반미 사상이 농후한 정부 아니냐’ 등의 얘기를 많이 듣고 대통령께 ‘어떻게 답변해야 합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인사들에게 ‘만약 좌경 정부라면 내가 한시라도 여기 있겠느냐”고 설명했더니 그 사람들도 수긍하더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참여정부 후반부는 안정돼야 하고 더 이상 갈등과 분쟁이 소용돌이쳐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2년 반 동안 통합과 협력의 무드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밉든 곱든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지도자”라며 “용기를 불어넣어서 대통령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쳐 정국 해결을 위한 소견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간접적으로 사의를 표한 뒤 이 달 25일쯤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대통령께서 새 구상을 하려면 인적 조치도 필요하므로 내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동안 사놓기만 하고 읽지 못했던 5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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