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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날 없는 방송사들

입력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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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들, 도대체 왜 이러나.”

생방송 알몸노출 등 크고 작은 방송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방송사 간부와 기자들이 연루된 거물 브로커 전방위 로비 의혹사건까지 불거지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한 방송사들이 강도 높은 조직 혁신은 등한시 한 채 간접ㆍ중간광고 허용 등을 통한 광고수익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방송사들 중에서도 MBC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MBC는 최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불법도청 사건의 뒷북 보도로 망신을 산 데 이어,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의 알몸노출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MBC는 앞서도 6월 오락 프로그램 ‘파워TV’의 편집조작, 7월 ‘생방송 토요이레’의 군 비하 발언, ‘뉴스 투데이’의 동성애 비하 방송 등으로 끊임없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15일 ‘뉴스데스크’의 일본군 731부대 생체실험 영상 오보는 그 결정판이었다. “러시아 군사영상보관소에 있는 731부대 자체 촬영 화면을 입수했다”며 내보낸 영상이 국내에도 개봉된 중국 영화 ‘흑태양 731’의 장면으로 밝혀진 것.

더욱이 MBC는 어처구니 없는 오보를 내고도 다음날 뉴스에서 23초짜리 사과문만 달랑 내보내는 데 그쳐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KBS도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장면을 방송한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파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끊임없는 내분으로 개혁 실종 위기에 처한 것이다.

KBS는 지난해 638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8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 회의 도청 파문 등을 둘러싸고 노사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경영혁신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빠졌다.

그런데도 정연주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방송협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방송시간 연장, 간접광고 허용 등을 관철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SBS는 드라마 속 노골적인 간접광고(PPL)로 끝없이 구설에 오른다. 최근 그 강도가 더욱 심해져 비판이 비등하고 있는데도 방송협회는 간접광고 허용을 골자로 한 광고제도 개선이 “프로그램의 품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18일 성명)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ㆍ현직 직원이 이번 로비 의혹사건에 연루된 방송사의 관계자는 “금품수수 여부를 떠나 브로커와 어울려 다녔다는 것만으로도 큰 상처를 입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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