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구속된 한 브로커의 로비수첩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수첩에는 전ㆍ현직 국회의원과 검찰, 경찰, 방송사 직원, 금융권, 세관, 구치소, 세무서, 식약청 직원 등 35명의 이름과 금품 및 향응액수, 장소 등이 자세히 적혀있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X파일에 이어 검찰과 경찰, 언론계 등에 또 한 차례 대규모 후폭풍이 몰아칠만한 일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 브로커의 혐의는 네팔의 해외인력송출 업체로부터 한국에 산업연수생을 보내는 인력송출 업체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로비수첩은 돈의 사용처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사건의 핵심은 브로커가 인력송출 업체 선정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쳤느냐는 것이다. 로비수첩에 거론된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거나 대가성이 없는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모 방송사 간부와 기자 등 7명이 브로커로부터 2,500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있고, 이 방송사가 브로커의 제보에 따라 경쟁업체의 인력송출 비리를 보도한 것을 보면 석연치 않다. 이와 연관 지어 보면 다른 관련자들도 비리의혹에서 그리 자유로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브로커의 행태나 사건의 규모 등으로 미뤄 전방위적인 로비보다는 인맥 과시를 위한 단순한 친목 목적의 금품 제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뇌물 로비든, 친분 쌓기용 금품제공이든 간에 우리 사회에서 힘깨나 쓴다는 분야 사람들이 빠짐없이 로비의혹에 얽혀있는 모양은 개탄스럽다.
사회 지도층이 일개 브로커의 행각에 휘둘릴 만큼 도덕불감증에 빠져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검찰과 경찰이 자체 감찰에 착수했다지만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함께 뇌물커넥션의 실체를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