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19일 확정, 발표한 약대 학제 개편안은 학사 연한의 2년 연장을 통해 양질의 약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충분한 실무ㆍ실습기간을 확보하게 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 국내 학부과정에서는 최초로 도입된 ‘2+4’ 체제도 학생들에게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인성,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개방적 제도라는 점에서 향후 사범대 등 다른 전공분야의 학제 개편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약대 수업과정은 약국실습, 병원약학실습 등 실무ㆍ실습 수업 교과목의 비중이 3%에 불과해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준 높은 약사인력 양성이 힘들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로 지난 해 말 오즈 컨설팅이 발표한 ‘신입약사 조제 역량 분석’에 따르면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신입약사들의 조제역량은 5점 만점에 2.16점 수준으로 선배 약사가 함께 일을 하면서 계속적인 지도를 해야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의약 분업 실시 이후 개국약사들의 취급 의약품수는 612개 품목에서 1,150개 품목으로 배 가까이 늘어나 예전보다 넓어진 약사직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학사연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번 학제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약학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약대가 아닌 다른 전공으로 입학해 대학과정 2년 이상을 이수한 뒤 약학입문자격시험(PCATㆍPharmacy College Admission Test)을 치러야 한다. 학생들은 이밖에도 선수과목, 대학2년 동안의 평점 평균, 외국어능력, 사회봉사 실적 등 각 대학이 요구하는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PCAT의 개발ㆍ관리 및 시험결과의 활용은 전국 약대들의 자율적인 협의체에 맡기되 신뢰성 및 타당성 있는 시험 개발을 위한 초기 개발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약학교육 전공 희망학생들의 진학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대학별 세부전형 내용을 2009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 주요사항 발표 시 예고토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번 학제 개편이 국민보건서비스의 질 향상이란 당초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약사국가시험 과목도 현행의 12개 과목 중심 출제에서 통합적인 지식을 묻는 실무수행능력평가방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약대의 학사연한 연장이 교육비ㆍ의료비 증가 등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연한 2년 연장에 따른 교육비 증가는 현재의 전국 약대정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110억원에 이르는 등록금 추가 부담을 비롯, 약대생들의 사회진출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합산해 총 58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비용 증가는 국민 1인당 연간 1,200여원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약대 학제연장에 대해 반대해온 의료계의 반발을 달래야 한다는 고민을 안게 됐다. 약대 학제연장이 약사들의 임의조제 등 약사영역 확대를 통한 의료권 침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온 의료계는 “이번 결정이 충분한 연구, 검토 없이 졸속적으로 이루어졌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자체 투표결과에 따라 집단휴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사태는 자칫 ‘의료대란’으로 번질 위험도 안고 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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