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브로커 전방위 로비 의혹사건은 인력송출업체 지정을 둘러싼 갈등에서 불거졌다. 사실 인력송출업체는 오래 전부터 비리의 온상이었다.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의 복잡한 관리감독, 사살상 독점화한 업체 선정권,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노동자의 과잉 등이 작용하면서 복마전의 양상은 더욱 확산돼 갔다.
외국인 산업연수생 배정 및 관리에 대한 실무작업은 현재 중소기협협동조합중앙회가 총괄한다. 하지만 감독ㆍ지도 업무는 중소기업청, 쿼터 조정 및 도입국가 지정 등은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산업인력정책심의위원회가 각각 맡는다.
불법체류자 등 입ㆍ출국 업무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담당한다. 선발부터 배정까지 담당기관이 각각이고 절차도 복잡하니 브로커들이 개입해 불법 청탁 및 로비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기협이 갖고 있는 사실상의 업체선정 독점권도 문제다. 원래 중기협은 2곳의 국내대행업체를 선정해 외국인근로자를 배분해주면 이들이 각 기업에 근로자를 보내는 방식이었으나 로비나 뇌물 의혹 등의 잡음이 일자 1997년 해당국가 노동부가 업체를 선정해 중기협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중기협이 여전히 계약 해지권은 갖고 있어 업체 선정에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2002년 중기협 전 부회장 등이 브로커들과 결탁해 외국인들을 산업연수생으로 위장 입국 시킨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브로커들은 매년 해당국가와의 친분관계나 외교적 변수를 고려해 산업연수생 도입국가를 지정하는 제도의 허점을 노려 업체 선정을 미끼로 인력송출업체와 결탁한다. 브로커들은 이 과정에서 정ㆍ재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실제 로비를 시도하기도 한다. 홍씨도 그랬다.
일단 선정된 인력송출업체는 로비자금을 만회하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외국인을 상대로 급행료 등의 명목으로 송출 수수료를 과다 청구하는 또 다른 비리를 저지르게 된다.
지난해 12월 경찰은 산업연수생 선발을 원하는 네팔인들에게 과다한 송출 수수료를 받은 네팔 인력송출업체 국내지사장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1인당 정해진 수수료 130만원 가량 외에 120만원씩을 더 받는가 하면 이미 출국한 네팔인 산업연수생들을 이름만 바꿔 재입국 시키는 방법으로 260명으로부터 무려 3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업체 선정부터 수수료 과다 청구까지 ‘인력송출 비리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1인당 400만~1,000만원이 송출 과정에서 고스란히 송출 브로커를 비롯한 ‘인력매매상’의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며 “홍씨 사건을 통해 인력송출 과정에서 갖가지 로비와 뇌물, 비리, 탈법이 난무하고 있음이 밝혀진 만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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