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경찰청이 거물 브로커 전방위 로비 의혹사건의 수사 지휘를 맡고 있는 강모 광역수사대장을 경질한 것은 수사의 신뢰성이 손상받는 것을 우려한 경찰 수뇌부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경찰은 물론 검찰과 방송사 정ㆍ재계 등 전방위에 걸쳐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 주체가 진위 여부를 떠나 연루 의혹을 받는 것만으로도 향후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과 경찰은 브로커 홍모(64ㆍ구속)씨에 대한 수사를 검ㆍ경 수사권 독립 문제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잠적한 홍씨를 먼저 잡기 위해 각축을 벌였을 정도로 이번 사건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씨가 검찰과 경찰 인사 모두에게 로비를 벌였기 때문에 먼저 검거해 수사에 착수하는 측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경찰로서는 홍씨를 검거한 상황에서 수사 주체인 강 대장의 연루 의혹이 자체 감찰이 아닌 외부에서 불거질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홍씨가 “돈을 준 사람이 수사책임을 맡고 있는데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질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힘든 결정이었다. 별도의 수사팀은 이미 18일 밤 강 대장을 불러 홍씨의 일기장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내부 감찰 조사를 벌여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은 시인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19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찰 1명의 신원이 ‘과장’으로 표기되어 있어 신원확인이 불가능하다며 35명 만을 수사대상으로 발표했다. 강 대장을 뺀 숫자였다. 경찰은 강 대장의 연루 의혹을 외부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비밀리에 조사하면서 경질시기를 조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은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경찰로서도 더 이상 껄끄러운 상황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강 대장은 이날 “일선서 수사과장으로 재직 시 홍씨가 고소ㆍ고발사건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부하 직원과 다툼이 있어 이를 조정하느라 몇 번 만났다”며 “홍씨가 꿀 한 통을 놓고 간 적은 있지만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광역수사대 수사팀 관계자들은 착잡함을 나타내면서도 “향후 더욱 엄정하게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송치 후 보강수사나 재수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자존심을 걸고 수사하겠다는 주장이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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